삼성SDI가 약 2조6천억 원의 거액을 들여 중국에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공장 2곳을 신설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SDI의 투자 확대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선택이지만 중국 시장에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펼쳐지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다.
11일 신화통신 등 중국언론에 따르면 삼성SDI는 중국 톈진에 약 9천억 원을 들여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쓰이는 배터리 공장을 새로 짓기로 했다.
삼성SDI는 톈진에 이미 소형 배터리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삼성전기도 톈진에 자동차 전장부품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와 삼성전기가 중국에서 자동차 고객사에 전기차 배터리와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의 동시 공급을 추진하며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하이금속거래소에 따르면 삼성SDI는 톈진 공장과 별도로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이 있는 중국 시안에 약 1조7천억 원을 들여 제2공장을 짓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SDI가 중국에서만 2조6천억 원의 거액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올해 상반기 가동을 시작한 삼성SDI의 유럽 헝가리 공장 건설에 약 4천억 원이 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전기차 배터리공장에 거는 기대가 훨씬 크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공장의 투자계획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전기차 배터리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대부분 유럽과 미국 고객사에 공급된다,
중국 정부가 삼성SDI 등 한국업체의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며 중국에서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가 사실상 끊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SDI는 세계 전기차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막하고 중국 정부의 보조금도 폐지되는 2020년 전후로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해 선제적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가 중국에 유례 없는 수준의 대규모 시설 투자를 벌이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대규모 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고정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다 중국 배터리시장에서 세계 경쟁기업들의 물량공세가 예상되는 만큼 치열한 점유율 싸움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경쟁사인 LG화학은 이미 중국에 2조1천억 원을 투자해 제2공장을 짓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중국 자동차업체와 협력해 8200억 원을 투자해 새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1위 배터리기업인 CATL이 꾸준한 시설 투자로 우위를 지키고 있는 한편 중국 전기차기업 BYD도 배터리사업부를 분리해 상장한 뒤 본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계획을 검토중이다.
일본 파나소닉과 테슬라마저 최근 중국에 대규모 배터리공장 ‘기가팩토리3’ 건설을 발표했다.
삼성SDI를 포함한 세계 상위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이 이미 건설 중이거나 새로 짓기로 한 새 공장은 2022년을 전후로 일제히 본격적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공급 물량이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배터리업체들 사이 고객사 확보를 위한 가격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삼성SDI가 중국의 새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기보다 당분간 시장에서 물량 경쟁과 자리 싸움을 벌이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앞으로 수년 동안 연간 2조 원을 넘는 시설 투자를 벌여야만 하는 상황이라 흑자 전환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