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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금호산업 인수전이 사실상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금호산업은 호남에 뿌리를 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격이다.
두 회장은 호남을 대표하는 기업인이다. 박 회장의 호남의 전통적 맹주라면 김 회장은 신흥강자다. 금호산업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호남을 대표하는 기업인의 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다.
두 사람의 인수전을 바라보는 호남의 시선은 복잡하기만 하다.
◆ 호남 맹주 박삼구 VS 신흥 강자 김상열
9일 광주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광주상의 차기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상의는 22대 의원선거를 위한 후보자 등록 접수를 마치고 오는 12일 의원선거를 치른다. 회장 후보자는 16일까지 등록하도록 돼 있다.
지역경제계는 김 회장이 출마해 박흥석 현 회장(럭키산업 회장)과 2파전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박흥석 회장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을 비롯한 지역경제 원로그룹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광주상의 회장 선거가 지역의 전통 맹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신흥 강자 호반건설의 대리전이자 금호산업 인수전의 전초전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금호산업 인수전은 반전을 거듭하던 끝에 우선매수청구권을 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인수참여를 선언한 호반건설의 2파전 구도로 압축됐다.
물론 사모펀드 4곳도 인수의향서를 내 채권단의 낙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채권단은 입찰가뿐 아니라 기업경영 지속의지도 고려할 것으로 알려져 재무적 투자자인 사모펀드는 다소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중심으로 계열사가 재편돼 있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인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금호산업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매력적 매물로 관심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김상열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데 이어 지난 5일 호반건설에서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보유지분 가치를 높이기 위한 인수전 참여라는 시장의 시선을 털어내고 금호산업 인수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라고 호반건설은 설명했다.
김상열 회장은 박 회장과 손을 잡을 것이라는 일부 예상도 뒤엎었다. 김 회장은 호반건설과 중견기업 3곳을 컨소시엄으로 구성해 인수전을 펼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삼구 회장에게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자신이 호남을 대표하는 기업인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김 회장이 컨소시엄을 통해 막강한 자금력을 끌어모으겠다는 통첩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박 회장 입장에서 보면 자금부담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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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
◆ 호남의 바람, '승자의 저주'는 피해야
광주를 비롯한 호남의 기업인들은 자칫 금호산업 인수전이 박 회장과 김 회장의 ‘치킨게임’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한다. 사활을 건 출혈경쟁이 펼쳐칠 경우 지역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광주지역 경제인은 “같은 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들이 인수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면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채권단은 큰 이득을 보겠지만 그 부담은 지역경제가 고스란히 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호산업 인수가격이 치솟으면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염려하는 것이다.
호반건설은 골프장 스카이밸리 C.C 등 스포츠레저산업과 KBC광주방송 대주주로 방송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호남지역 경제에서 영향력을 급속도로 키웠다. 김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를 계기로 종합그룹으로 도약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호남 지역에 뿌리를 둔 대기업으로 고용창출과 협력업체 등으로 지역민들과 직간접적으로 묶여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동안 지역사회에 각종 사업과 장학사업 등을 통해 인재육성과 문화발전에 기여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해 지방세로 납부한 액수만 해도 222억 원이나 된다. 호남 출신 채용을 꺼리는 대기업들이 많은 상황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거는 지역민들의 애정과 기대도 큰 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광주호남지역 출신자가 5천여 명에 이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수의향서 접수 이틀 만에 발을 뺀 배경에 이런 지역정서도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됐다.
지역경제 전문가들은 과거 박삼구 회장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했다가 금호아시나아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은 것처럼 금호산업 인수전이 자칫 이런 상황을 재연할까 우려한다.
광주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두 기업이 지나친 경쟁을 벌이다 지역경제에 타격을 입힐까 우려된다”며 “지역민과 지역경제와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 박삼구, 인수자금 마련 '정중동' 행보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을 빼앗기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경영권을 내놓아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박 회장은 “순리대로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나 그룹 내부적으로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분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회사채 2200억 원을 발행하는 내용의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그러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조달가능 금액은 910억 원에 그쳤다. 박 회장으로서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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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기 위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손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래에셋은 금호산업 지분 8.83%를 보유해 채권단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과 박현주 회장이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도 미래에셋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선 적이 있다.
하지만 박현주 회장이 대우건설 처리과정에서 박삼구 회장과 갈등을 빚은 적도 있어 섣불리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에셋은 이번 인수전에서 중립입장을 선언했다.
호반건설 등은 금호산업에 대한 예비실사를 거쳐 4월 말 입찰가격을 포함한 입찰제안서를 제출한다. 제안된 입찰가격은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전달된다.
박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가 적은 가격보다 1원이라도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 금호산업을 되찾을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