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경 ADB 에너지 컨설턴트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순진 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공동대표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첨단산업 전력수요 급증, 원전이 해답인가?'를 주제로 열린 원전 경제성 분석 토론회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따라 늘어날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원전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놓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원전 경제성 분석 토론회는 기후분야 민간 싱크탱크인 에너지전환포럼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가 함께 개최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대경 아시아개발은행(ADB) 에너지 컨설턴트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원전의 경제성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대경 컨설턴트는 "균등화발전비용(LCOE)으로 봤을 때 주요국 가운데 어느 나라에서도 원전이 재생에너지 대비 경제성이 더 높다는 결과가 나오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균등화발전비용이란 발전소가 수명기간 동안 생산하는 전력 1MWh(메가와트시)를 생산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을 말한다. 발전소 건설비, 연료비, 운영유지비, 금융비용, 폐기비용 등 항목을 예상 발전량과 수명기간에 걸쳐 환산해 비교한다.
김 컨설턴트는 "다만 원전은 전기가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 해당 발전원이 얼마나 잘 맞춰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느냐를 보는 수요 적합성이나 재생에너지 보완 역할로 한정한다면 경제성이 높아지는 경우는 있다"면서도 "일반적으로 봤을 때 특히 신규 원전 도입은 다른 발전원과 비교해 경제성이 부족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사례를 보면 세액공제 반영 이전 원전의 균등화발전비용은 1MWh당 110.87달러(약 16만 원)로 56.75달러(약 7만7천 원)인 육상풍력, 58.33달러(약 7만9천 원)인 태양광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은 영국, 독일 등 다른 주요국들도 모두 마찬가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 컨설턴트는 "심지어 영국 같은 경우에는 원전의 균등화발전비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이를 통해 원전의 비용이 다른 에너지원 대비 높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발전원별 균등화발전비용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으나 정산단가는 공개하고 있다.
국내 원전의 정산단가는 1kWh당 79원으로 석탄(138원), 가스(158원), 재생에너지(125원) 등보다 적다.
김 컨설턴트는 "이것만 보면 원전의 발전비용이 엄청 저렴해 보일 수 있는데 이건 균등화발전비용이 아니라 정산단가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산단가는 전력시장에서 발전사업자가 전력을 공급한 뒤 실제로 받는 전력의 단위가격을 말한다. 초기 건설비, 할인율, 운영유지비 등으로 계산돼 특정 발전원의 실제 전력 공급을 위한 비용만을 계산하는 균등화발전비용과 비교했을 때 정책적으로 왜곡될 여지가 많다.
이와 관련해 김 컨설턴트는 "한국에서 신규 원전의 전력 공급을 위한 실제 비용을 따지려면 기술별 투자비, 공기, 시간별 가치, 공간적 역량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원전들은 공기 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신규 원전도 발전 비용이 정부가 계획하는 것보다 높아질 위험성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됐다.
▲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비즈니스포스트>
2008년에 건설이 시작된 신고리 원전 3호기는 당초 59개월 안으로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으나 원래 계획보다 39개월 지연됐다. 2012년에 건설을 시작한 신한울 원전도 계획한 57개월보다 68개월이 더 걸렸고 신고리(새울 1,2호기) 원전도 애초 잡았던 84개월보다 평균41개월 지연됐다.
석 전문위원은 "원래대로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이 축적되면서 공기가 짧아져야 하지만 도리어 길어지는 추세를 보인다"며 "이 때문에 정부가 실제로 신규 원전을 건설한다면 공기를 10년으로 잡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에 원전 가동 허가에 소요되는 기간까지 고려하면 신규 원전 완공과 가동까지 걸리는 기간은 더 길어지게 된다.
이를 고려하면 '3대 메가 프로젝트' 등 국내 첨단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할 목적으로 신규 원전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은 일각의 주장은 합리성이 떨어지게 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정부 부처는 반도체 산업단지, 데이터센터 등 설비를 준공하는 시점을 2030~2035년으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 수요처가 공급원보다 먼저 완공되는 셈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정부가 유치하려는 데이터센터 산업을 보면 핵심 키워드는 결국 속도"라며 "해외에서는 짓는데 15년 이상, 국내에서는 10년 이상 걸리는 원전이 전력 수요도, 변화도 빠른 데이터센터 산업을 따라갈 수 있느냐 하면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 앞서 한국 정부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에너지기구(NEA)가 조사한 한국 원전의 전력 공급 원가는 1MWh당 55.5달러(약 7만5200원)로 이는 같은 전력 단위의 국내 정산단가와도 동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 역시 산정 방식에서 나라별 차이가 있어 에너지전환포럼이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과 실제 한국 원전 완공 공기 등을 반영해 다시 계산했다. 그 결과 한국 원전의 실제 공급 원가는 1MWh당 75.6~82.5달러가 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의 풍력(56.75달러)이나 태양광(58.33달러)의 균등화발전비용보다 국내 원전의 실제 발전 비용이 더 높은 셈이다.
▲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비즈니스포스트>
석 전문위원은 "한국 정부는 정산단가를 산정할 때 원전의 발전 비용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가 지난해 발간한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보면 원전은 가스를 제외한 다른 모든 에너지원들보다 비용이 높은 발전원으로 평가됐다.
석 전문위원은 "여기에 원전 사고 발생 가능성에 따른 리스크와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비용까지 반영하면 계산이 더 복잡해진다"며 "원전의 경우 천문학적인 배상액 때문에 보험사들이 일체 가입을 거부하는데 사고가 터지면 일본 후쿠시마의 사례처럼 이를 국민과 정부가 고스란히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센터 확산에 원전보다는 재생에너지 활용을 늘려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토론회 현장에 함께한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원전의 경제성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부분도 많았지 않았나 싶다"며 "독일 같은 경우에는 신규 데이터센터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런 국제적 트렌드에 맞게 가야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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