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가 21일 ‘KOCAS 콘퍼런스 2025’에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신용카드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는 21일 국내 카드사들 역시 미래 성장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카드사가 창출하는 가치와 생태계 혁신’을 주제로 ‘KOCAS 콘퍼런스 2025’가 열렸다.
생산적 금융은 이재명정부의 금융정책의 핵심 키워드다. 부동산에 쏠린 금융공급의 방향을 틀어 경기 활성화와 고용 창출 등에 기여할 수 있는 ‘생산적 투자처’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방향성이 담긴 단어라는 점에서 생산적 금융은 자연스럽게 금융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시)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전날(20일)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15개 여전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자리에서도 생산적 금융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이 위원장은 “여전업권은 금융소비자와의 넓은 접점, 기업 생산활동과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며 “앞으로 생산적금융, 소비자중심금융, 신뢰금융으로의 ‘금융 대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 업권에 전한 메시지를 보면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캐피털사와 신기술금융사에는 생산적 금융 확대를 명확히 강조했으나 카드사에는 소비자 중심 금융, 즉 소비자보호를 강화해달라는 요청에 조금 더 무게가 실렸다.
▲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가 21일 ‘KOCAS 콘퍼런스 2025’에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다른 이유를 꼽아보자면 결제업을 주 사업으로 하는 카드사가 생산적 금융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으로 생각되는 점이 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먼저 떠오른다는 것인데 이날 서 교수는 사실상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서 교수는 카드사 역시 자금을 조달해 운용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생산적 금융에 참여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았다.
그는 “그동안 카드사들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상당 규모 투자를 했다”며 “부동산 투자를 줄이고 첨단 산업 중심으로 자금 공급 방향을 전환하면 신산업 투자 확대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드사가 할 수 있는 구체적 역할은 해외 성공 사례를 들어 짚었다.
먼저 비자카드가 사례로 제시됐다. 비자카드는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넘어 결제 생태계를 혁신해 새롭게 구축하는 생산적 금융을 실현했다. 이 과정에서 자회사 비자벤처스는 펀드 조성 등을 담당하고 있다.
서 교수는 “비자카드는 혁신기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며 “국내 카드사들이 가야하는 자산운용의 한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드사는 아니지만 글로벌 금융회사 JP모간체이스는 부동산 중심 투자에서 신산업 중심 투자로 전환한 성공적 사례로 평가됐다.
서 교수는 “JP모간은 전통적으로 해 온 부동산 투자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하는 전략을 채택했다”며 “금융서비스 디지털화와 글로벌 인프라 확장으로 비용 효율성과 수익성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향을 제시한다고 국내 카드사들의 생산적 금융 확대가 바로 이뤄질 수는 없다. 카드사 관점에서는 방향 전환을 어렵게 하는 현실적 문제의 해결도 필요하다.
▲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왼쪽 다섯 번째)와 주요 내빈들이 21일 ‘KOCAS 콘퍼런스 2025’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자금조달처 다각화의 목표는 조달비용 절감에 있다. 즉, 조달비용을 낮추면 카드사들이 벤처투자 등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조달비용이 높으면 수익보전 차원에서 브릿지론과 같은 고수익·고위험 부동산 투자를 하게 된다”며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조달비용의 안정화”라고 말했다.
조달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는 자금조달 방법으로는 자산유동화증권(ABS)과 ESG채권 확대, 해외 신디케이트론 활성화를 제언했다. 모두 여전채 발행보다 낮은 금리를 기대할 수 있는 조달 방법이다.
서 교수는 마지막으로 카드사의 생산적 금융 확대를 규제완화 필요성도 크다고 짚었다. 구체적으로는 레버리지비율 확대를 꼽았다.
그는 “레버리지비율 한도가 1배 늘어나면 카드업계 전체에서 자금공급력이 54조 원이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생산적 금융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카드사들에게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