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4대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크게 늘리는 등 세계적으로 AI 투자 붐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비해 데이터센터 서버용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내년 메모리 시장이 슈퍼 사이클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는 데 비해 데이터센터 서버용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공급은 한정적이어서 올해 4분기부터 메모리 가격이 급상승하고, 내년엔 메모리 슈퍼 호황 사이클을 맞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4대 빅테크 기업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는 올해 약 3500억 달러(약 486조 원)으로 전년 대비 67.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내년 투자액은 약 4330억 달러(604조 원)로 23.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데이터센터 서버에는 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만 탑재되는 게 아니라, 이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서버용 D램과 낸드 기반 데이터 저장장치(SSD)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생산설비의 상당 부분을 HBM에 할당하고 있고, D램과 낸드는 상대적으로 생산이 제한되고 있다.
내년 상당한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이 예상되자, 미국 4대 빅테크 기업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측과 2026년 이후까지 조달할 메모리 장기 공급 계약을 서둘러 맺으려 하고 있다. 메모리 기업들은 최근 기업 고정거래가격 인상에 나섰다.
24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는 미국 4대 빅테크 기업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전례 없는 메모리 장기공급계약(L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금융증권사 UB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상위 4개 데이터센터 기업은 모두 서버용 DDR5 D램 조달을 상향 조정하고 있으며, 메모리 기업들과 LTA를 논의하고 있다”며 “LTA는 2026년 이후까지 연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업계 최초의 일”이라고 밝혔다.
미국 월가는 올해 4분기와 2026년 메모리반도체 가격과 수요 전망을 급격히 높이고 있다.
피터 리 씨티그룹 연구원은 “올해 4분기 D램의 전분기 대비 평균판매가격(ASP) 상승률을 종전 5%에서 12%로, 낸드플래시는 3%에서 6%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리 연구원은 “올해 대비 2026년 D램 수요 증가율을 기존 20%에서 25%로 높이고, D램 ASP 증가율은 15.5%에서 24.8%로 상향 조정한다”며 “낸드의 내년 수요 성장률은 21%에서 23%로, ASP는 17.1%에서 22.9%로 높였다”고 밝혔다.
모간스탠리 측은 “조사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기업으로부터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와 DDR5 D램에 대한 매우 큰 주문이 확인됐고, 4분기 DDR5 D램 계약 가격(고정거래가)이 상당히 올랐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내년 D램과 낸드 가격 협상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 가격을 최대 30%, 낸드 가격을 최대 10%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최근 협상에 나서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4대 빅테크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총 3500억 달러(약 486조 원)를 투자한다. 이는 지난해보다 67.4% 늘어난 규모다. 미국 투자매체 바론은 이들의 2026년 AI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4330억 달러(약 60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3일 엔비디아가 1천억 달러(약 140조 원)를 오픈AI에 투자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메모리 시장에 훈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두 회사는 내년 하반기까지 원전 한기에 해당하는 1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며, 최종적으로는 원전 10기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미국 빅테크 기업 메타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메타>
또 일본 소프트뱅크와 오픈AI, 오라클 등이 협업해 진행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AI 서버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블랙웰(GB200)’과 ‘블랙웰 울트라(GB300)’를 총 3만 개 출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탑재한 ‘루빈’을 포함해 5만~6만 개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제작하는 맞춤형 AI 반도체(ASIC) 역시 서버용 D램 수요를 늘리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추론에 특화된 자체 AI 반도체를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UBS 측은 2026년 하반기 기업별 맞춤형 AI 반도체 수요가 큰 폭으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생산능력은 제한돼 있다. 두 기업은 현재 고부가 HBM 생산능력 확장에 집중하고 있어, 서버용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이 한정된 상황이다.
UBS 측은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생산능력 증설은 대부분 HBM을 위한 것임을 고려할 때, DDR D램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며 “한 메모리 제조사는 향후 2년 동안 DDR D램 ‘완판(SOLD OUT)’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역대급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이 내년 32조5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전망치인 15조5천억 원보다 109.6% 급증한 수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9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내년에는 이보다 43.5% 늘어난 56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