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가 하반기 카카오톡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
단순한 대화 도구를 넘어 콘텐츠와 소셜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시도이지만 기존 이용자들의 반발 속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이 연착륙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21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하반기 카카오톡 개편 방향을 공개했다. 현재 전화번호부와 비슷한 구조로 구성되어 있는 첫 번째 탭의 하단에 피드형 화면을 추가한다. 친구들이 올리는 각종 게시물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세 번째 탭은 기존에는 오픈채팅 탭이었지만 이를 숏폼 영상 피드로 개편하기로 했다. 출시 이후 15년 만에 카카오톡의 사용자 화면(UI)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셈이다.
카카오톡을 단순한 채팅앱을 넘어 콘텐츠 탐색과 소셜 활동을 끌어내는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 카카오톡이 그동안 쇼핑, 광고, 결제, 예약 등 생활형 기능을 흡수해왔다면 이번에는 기존 SNS와 유사한 기능들을 내세워 이용자 체류시간을 늘린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최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톡은 단순한 메신저를 넘어 콘텐츠 탐색과 관계 기반 소셜 기능까지 포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과거부터 카카오톡을 SNS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이어왔다. 다만 2023년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유사한 ‘펑’ 서비스, 카카오스토리 연동 등이 있었지만 유의미한 사용자 지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카카오스토리는 지속적인 이용자 감소로 2024년 일시적으로 카카오톡과 연동이 해제됐다가 복구되기도 했다.
이 밖에 국내 MSN, 네이트온 등이 블로그·싸이월드와 연계를 시도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국의 위챗만이 지역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드물게 슈퍼앱 전환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메신저앱이 부가기능으로 SNS 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채팅앱만으로는 플랫폼 성장과 수익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유튜브 등 글로벌 경쟁자들이 부상하면서 플랫폼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톡 월간활성이용자(MAU)는 7월 기준 4657만 명을 기록했다.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은 2021년 5월 822.68분에서 2024년 5월 731.85분으로 줄었다.
정신아 대표는 올해 1분기 실적 컨콜에서 "최근 모바일 환경에서 글로벌 플랫폼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특히 이용자 체류 시간 확보를 위한 플랫폼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올해에는 카카오톡 개편을 통해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20% 증가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외 시장에서는 이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등 기존 SNS 플랫폼이 확고히 자리 잡고 있어 카카오톡이 유사한 기능을 추가하더라도 굳이 카카오톡을 SNS 용도로 이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실제로 이용자 사이에서도 SNS 기능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적지 않다. “친인척·지인·교수 등 다양한 지인이 모두 섞여 있는 앱에서 누가 일상을 공유하겠느냐”, “필요 없는 기능만 늘어 메신저 본질에서 벗어나 앱이 무거워진다”는 불만이 나온다.

▲ 사진은 카카오 로고.
체류시간 확대는 카카오의 핵심 사업인 톡비즈 광고 매출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톡비즈가 카카오톡을 활용한 광고상품인 만큼 잔류 시간이 광고사업의 수익성과 관련이 깊다.
올해 2분기 톡비즈 매출은 5421억 원으로 플랫폼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 사업이다. 카카오 측은 “개편안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트래픽이 20% 이상 늘고 톡비즈 매출도 광고 성수기인 4분기에는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대표는 김범수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CA협의체 단독 의장으로 전권을 위임받아 그룹 의사결정을 총괄하고 있다.
2024년 취임 당시에는 “카카오톡과 AI와 관련이 없는 사업은 모두 비핵심 사업”이라며 자원과 역량을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어 2025년 3월 ‘End to And - 새로운 15년, 다시 시작점에 서다’라는 그룹 비전에서도 ‘카카오톡’과 ‘인공지능’을 양대 축으로 명명했다.
올 하반기 예정된 카카오톡의 대규모 개편은 이 같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본업 중심 전략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