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리포트] 기업가치 밸류업의 열쇠, 'PE형 인재' 확보 전쟁](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8/20250820225616_48804.jpg)
▲ PE형 인재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한 채용 면접장. <연합뉴스>
헤드헌팅 회사에도 이런 인재를 찾아달라는 요청이 빈번하다.
PE형 인재란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에서 시간과 조건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과를 만들어 낸 사람들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PE 투자기업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투자 회수(Exit)를 성공시킨 CEO나 핵심 경영자들이다.
이들은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고 기업현장에서 결과로 자신의 역량을 입증한 인재들이다.
과거에는 이런 인재가 주로 사모펀드 투자기업에서만 필요했지만, 최근엔 대기업과 중견기업도 헤드헌팅회사들을 통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고금리와 저성장, 급격한 기술 변화, 커지기만 하는 국제정세의 불확실성 때문에 일반기업들도 제한된 자원으로 빠른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에 직면했다. 일반기업에서도 PE 기업에서 성과를 입증한 리더십이 필요해진 것이다.
PE가 투자한 기업들이 직면한 현실은 냉혹하다. 단기간에 매출 성장과 수익 구조 혁신, 비효율 제거, 신규 시장 진출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CEO와 핵심 임원의 리더십이 투자성과를 좌우하게 된다.
과거에는 재무성과 개선과 구조조정 능력이 CEO 평가 기준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숫자만으로는 평가하기가 어렵다. 산업 생태계 파악, 이해관계자 관리, 실행력 차이가 중요해졌다.
그리고 여기에 두 가지 역량이 더 필요하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People Skill)과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Industry Expertise)다.
PE가 주도하는 혁신은 외부환경 대응뿐만 아니라 조직 내부 저항을 넘어서야 한다.
임원과 중간관리자, 핵심 실무자와 관계를 조율하고 불안과 냉소를 신뢰로 바꿔내야 한다. 실행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내부 협력이 없이는 성과창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후보자의 과거 성과가 개인의 뛰어난 능력의 결과인지, 아니면 팀을 설득하고 움직여서 나타나는 조직 역량의 총합에 기초한 것인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불확실성이 큰 경영환경에서 개인 능력만으로 만들어낸 성과는 재현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가 잘 아는 어떤 PE는 소비재기업을 인수한 뒤 훌륭한 이력의 CEO를 영입했다. 그런데 이 CEO가 회사 안팎의 이해관계자와 소통에 실패하는 바람에 6개월 만에 핵심 관리자와 전문가들이 대거 회사를 떠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매출의 10%를 차지하던 주요 고객이 이탈했고, 결국 이 PE는 추가 인수 계획을 연기해야 했다.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감각, 다시 말해 산업 전문성의 부족도 치명적이다. 시장구조, 수익모델,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통찰 없이 재무지표와 전략만 강조하는 리더는 현장에서 고립되기 쉽다.
경영자는 기업이 속한 산업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내부 구조와 연결해 실행 가능한 변화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국내 B2B(기업 사이 거래) 중견기업을 인수한 PE는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 마케팅 출신의 대기업 CEO를 영입했다. 그런데 이 CEO는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신규사업 확장과 외부홍보에만 힘썼다.
![[컨설팅리포트] 기업가치 밸류업의 열쇠, 'PE형 인재' 확보 전쟁](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209/20220915122404_46185.jpg)
▲ 박선정 커리어케어 PEPS본부장.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부 설득에 소홀해졌고 이 때문에 핵심 인재가 줄줄이 이탈했다. 매출감소가 멈추지 않자 PE는 결국 회사의 조기매각에 나서야 했다.
PE는 이런 경험을 겪으면서 인재 요건을 단순히 ‘재무 역량과 턴어라운드 경험’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투자목적과 전략기조, 조직문화 맥락까지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기반 위에서 임직원을 다루는 기술과 산업 전문성을 모두 갖춘 사람으로 재정의했다.
이는 최근 선발 PE들이 선호하는 인재상이고 헤드헌터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는 핵심인재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이런 PE형 인재에 눈을 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즈음 기업들이 처한 환경은 PE가 투자한 기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불확실성이 크고 변화 속도가 너무나 높다. 빠르게 성과를 개선하지 않으면 경쟁력 상실을 넘어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필자는 헤드헌팅 회사에서 PE에게 인재를 추천하는 PEPS본부를 관장하고 있는데, 컨설턴트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한다.
“일반기업이든 PE가 투자한 기업이든 간에 핵심 고민은 같아요. 누가 이 전략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지가 기업의 최대 관심사예요. 우리는 기업들의 이런 고민에 답을 줘야 합니다.”
목표와 전략은 책상에서 그려낼 수 있지만,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을 움직일 줄 아는 리더’에게서 나온다. 기업 밸류 업의 성패는 이린 리더들을 얼마나 선제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정된 인재풀 안에서 ‘PE형 인재’를 영입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선정/커리어케어 PEPS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