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번가와 G마켓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연달은 한국 진출로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기 힘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징동닷컴>
25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징동닷컴’이 한국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11번가와 G마켓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징동닷컴은 중국에서 알리바바그룹의 최대 경쟁기업으로 분류되는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국경간 거래 이커머스 플랫폼인 ‘티몰’의 최대 경쟁 플랫폼으로 꼽힌다.
징동닷컴의 힘은 촘촘하게 세운 물류창고에서 나온다. 중국 중부와 동부 해안을 중심으로 구축한 물류창고를 통해 중국의 웬만한 도시에 상품을 하루 만에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다.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상품을 받을 수 있으며 날짜가 넘어가도 오전까지만 주문하면 당일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중국판 쿠팡’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징동닷컴이 2024년 낸 매출은 1588억 달러로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227조 원이 넘는다. 쿠팡이 지난해 낸 매출 41조 원의 5배를 웃도는 수치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도 어마어마하다. 지난해 기준 7조6천억 원의 금액을 영업이익으로 남겼는데 이는 쿠팡이 지난해 낸 영업이익 6천억 원의 12배가 훌쩍 넘는다.
징동닷컴은 인천과 경기도 이천에 물류센터를 만들고 배송서비스를 시작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이커머스 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뒤 물류센터를 짓는 전략을 꺼내든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조만간 물류사업을 기반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거점에서 계속 물류센터를 지어 배송망을 촘촘하게 만든 뒤 쿠팡과 같은 방식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 이어 징동닷컴까지 한국시장에 연달아 뛰어드는 것은 11번가와 G마켓에게 가장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오픈마켓 플랫폼이지만 고객들이 쿠팡과 네이버로 쏠리는 흐름을 방어하지 못하며 최근 수 년 사이 입지가 많이 흔들렸다. 지난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이른바 ‘C커머스 열풍’은 이들의 입지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11번가가 2024년 낸 매출은 5618억 원이다. 2023년 매출 8655억 원과 비교해 35.2% 후퇴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반토막났다.
사정이 안 좋은 것은 G마켓도 마찬가지다. G마켓이 2024년 낸 매출은 9612억 원으로 2023년보다 19.7%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 감소율은 28.7%에 이른다.
티몬과 위메프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업을 하지 못했음에도 두 회사가 반사이익조차 보지 못한 것은 티몬과 위메프를 사용했던 고객층이 쿠팡과 네이버뿐 아니라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상당부분 빠져나갔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11번가와 G마켓 로고.
알리익스프레스는 2025년 1월 기준 월간활성사용자 수 708만 명을 확보하며 국내 쇼핑 앱(애플리케이션) 3위에 올랐다. 테무의 월간활성사용자 수는 약 630만 명으로 알리익스프레스의 뒤를 잇는다.
두 플랫폼의 2024년 합산 결제금액만 해도 1조8500억 원이 넘는다. 2023년보다 120% 성장한 수치다. 물론 한국 이커머스 전체 시장에서 중국 플랫폼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한 자릿수 초반에 불과하지만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점만으로도 11번가와 G마켓에는 큰 위협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징동닷컴이라는 대형 플랫폼이 하나 더 추가되면 두 플랫폼이 시장점유율을 방어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한국 공습 전략은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만 하더라도 ‘C커머스 공습은 열풍 아닌 미풍’이라는 지적에도 가격 경쟁력으로 국내 플랫폼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 한국 오픈마켓 플랫폼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팔리는 한국 동일 상품의 가격은 최소 10% 이상 차이난다. 공산품의 경우 최소 2~3배에서 많으면 10배 이상 가격이 싼 경우도 허다하다.
11번가와 G마켓의 방어가 더 어려운 이유는 이들이 생존을 위해 외형을 확장하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방향타를 잡고 있다는 점이다. 외부의 공세를 막아내려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이들은 현재 모두 흑자전환을 목표로 사실상 수익성 중심 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 플랫폼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11번가와 G마켓의 자리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