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국내 시중은행들도 비상이 걸렸다.
부실대출로 쌓아야 할 충담금 규모가 막대할 것으로 보여 은행들도 리스크 관리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 |
||
▲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특수은행과 시중은행은 5개 부실기업 여신에 대해 작년 말에 대부분 '정상'으로 분류했다”면서 “이 대출을 현실에 맞게 '고정이하'나 '회수의문'으로 분류하면 은행의 추가 충당금 규모는 3조∼7조9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5개 부실기업의 제1금융권 위험 노출액은 특수은행 23조 원과 시중은행 3조2천억 원 등 모두 26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연구원은 “조선·해운업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해당 기업의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5개사에 나머지 조선과 해운업종 여신까지 합치면 특수은행이 추가 적립해야 하는 충당금 규모는 3조9천억∼9조 원으로 늘어나고, 시중은행은 2조∼2조5천억 원에 각각 이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국책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부실채권 부담이 커지고 원활한 구조조정 진행을 위해 취약업종 대출을 대부분 보유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자본확충이 필수적이라고 이 연구원은 지적했다.
시중은행들도 국책은행보다 규모는 적지만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른 자본확충이 시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으로 BIS(국제결제은행)비율은 KB국민은행이 15.81%로 가장 높고 KEB하나은행 15.3%, 신한은행 15% 순이다.
우리은행은 13.5%로 다른 은행보다 낮지만 5개 자회사 위험가중자산을 제외하면 15.1%로 상승한다. NH농협은행은 BIS기준 총자본비율은 14.27%(잠정치)로 주요 시중은행보다 낮지만 금융당국의 권고비율인 10%를 넘겼다.
하지만 조선업과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자본 적정성이 악화될 수 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농협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하고 앞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5대 취약 업종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며 “농협금융은 그동안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에 대한 부실채권 정리가 상대적으로 덜 이뤄져 이를 털고 가는 빅배스를 한번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배스란 경영진이 바뀔 때 회사들이 과거의 부실요소를 한 회계년도에 모두 반영해 손실이나 이익규모를 있는 그대로 회계장부에 드러내는 경영기법을 말한다.
김 회장은 다른 은행들은 은행장 교체 등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대규모 부실정리 작업을 진행했지만 농협은 제때 부실정리를 하지 못해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그동안 명칭사용료와 배당 등을 제외하고 충당금을 산정하다 보니 빅배스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 중앙회에서도 부실채권 정리와 관련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정확한 일정이나 방법은 중앙회와 더 논의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실이 대손 비용 부담, 손익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이 농협금융의 살길”이라며 “산업분석과 여신심사·감리 등 리스크관리 인프라를 정교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