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국제 중재판정에서 추가 배상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참고용 사진.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 중재에서 1억1300만 달러(약 1535억 원)를 배상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민연금공단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의결권 행사에 개입해 주주였던 엘리엇매니지먼트에 손해를 입혔다는 점이 중재 절차에서 다시금 인정된 셈이다.

9월30일(현지시각)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국제 중재판정부에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련한 한국 정부의 개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해 엘리엇 측에 손해로 이어졌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보도자료를 내고 국제 중재판정부가 2023년 6월에 판정한 내용을 재확인하고 이후 절차에서 발생한 추가 비용까지 배상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고 전했다.

중재판정부는 손해배상금과 이자, 법률 수수료 및 비용 등이 1억13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판단했다.

엘리엇 측은 결국 한국에서 배상해야 하는 비용이 이전보다 1890만 달러(약 257억 원)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중재판정부는 2023년에도 당시의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공단(NPS)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을 지시함으로써 한미 FTA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불리한 조건으로 합병이 이뤄져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 정부는 이후 국민연금의 법적 지위와 관련한 관할 문제를 근거로 영국 법원에서 기존 중재 판정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영국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결국 사건을 중재판정부에 돌려보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에 따르면 중재판정부는 재심리에서 “한국 정부의 불법적 개입이 없었다면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엘리엇 측은 국민연금의 법적 지위와 관계없이 한국 정부의 행위가 엘리엇의 손실을 초래했다는 점이 재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한국 정부가 기존 중재 판정을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매일 1만 달러(약 1357만 원) 이상의 이자가 계속 쌓이고 있다”며 추가적 불복 절차가 이어질 경우 한국 납세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엘리엇 측은 한국 정부가 이번 사안을 조속히 마무리지어야 한국 자본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해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벌기업 중심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한국 증시 저평가를 이끄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주주의 권리가 존중되는 시장으로 나아가는 것은 한국이 공정하고 투명하며 신뢰할 수 있는 선진 자본시장이라는 평판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환송 중재 판정이 나온 뒤에도 판정에 대해 다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재차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