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짐 팔리 포드 CEO가 11일(현지시각) 미국 켄터키주 루이스빌에 위치한 완성차 조립 공장에서 전기차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드는 전략적으로 개발 중인 '중저가 전기 트럭'에 중국 CATL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한 배터리를 사용하겠다고 예고해 협력사인 SK온의 입지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외신을 종합하면 포드가 경제사에서 제조업 대량생산의 효시로 불리는 ‘모델T’ 시대를 전기차 시장에서 재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지만 이를 두고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포드는 11일(현지시각) 미국 켄터키주 루이스빌 공장에서 행사를 열어 대규모 전략 변화를 발표했다.
포드는 이날 전기차 생산 공정을 이전보다 단순화하는 방식으로 원가를 절감해 큰 폭의 적자가 이어지는 상태를 일거에 만회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라인 개조에 20억 달러(약 2조7670억 원)를 투자한다.
‘유니버설 플랫폼’ 도입도 예고했다. 여러 차종이 같은 뼈대를 사용해 생산비 절감 효과를 가져오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이는 미국 전기차 부동의 1위인 테슬라를 닮아가는 전략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차체를 한 번에 주조하는 공법으로 생산비를 절감하는데 포드도 유사한 방향으로 가는 셈이다.
투자전문지 마켓워치는 12일자 기사를 통해 “테슬라도 2023년에 유사한 전략을 공개했다”고 짚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전기차 전략에 ‘환골탈태’가 절실했던 포드였던 만큼 이번 발표도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나왔다.
포드가 추진하는 생산 체계는 혁신적이지만 처음 도입하는 것이라 리스크가 산적한 데다 거액의 투자 대비 성과 확인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포드는 2023년과 2024년 모두 전기차 사업에서 연간 50억 달러(약 6조9200억 원) 안팎의 손실을 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이날 행사에서 “모든 목표를 달성하리라고 100% 확신할 수 없다”며 “이건 도박”이라고 말했다고 IT전문지 더버지가 12일 보도했다.
대규모 전략 변화를 가져간 시점도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미 GM을 비롯한 경쟁사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사이에 포드는 중대형 및 고가 모델에 집중하다 뒤늦게 보급형 차량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삭감이 임박한 상황에 이러한 중장기 전략 변화 발표가 성장성을 증명할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뼈아프다.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년 전부터 전기차 지원을 줄이리고 결심했다”며 “이런 시점에 리스크를 감수하기로 한 짐 팔리 CEO의 선택은 놀랍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는 트럼프 정부 이후 시대를 바라보는 장기 차원의 변화라는 점에 긍정적 의견도 없지 않다.
포드가 트럼프 정부 3년 차인 2027년에 보급형 전기차를 출시하고 이후 모델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 포드의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이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블루오벌SK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충전을 받고 있다. < 블루오벌SK >
SK온과 함께하는 배터리 합작공장의 본격 가동이 임박한 상황에서 포드가 저가 중심의 대규모 전략 변화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SK온과 포드는 배터리 합작사 ‘블루오벌SK’를 2021년 5월에 설립해 전기차용 삼원계(NCM) 배터리를 제조하는 공장을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각각 2곳과 1곳을 건설하고 있다.
켄터키 제1 공장은 연내 상업 운전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포드는 신규 저가형 차량에 중국 CATL 기술을 활용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결정해 SK온에게 불확실성이 커졌다.
포드가 주행거리를 확장한 모델에는 SK온과 함께 만드는 배터리를 적용하는 식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한편에서 나온다.
이는 테슬라와 유사한 전략이다. 테슬라도 고성능 차량에는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기본형 모델엔 CATL 배터리를 쓴다.
그러나 포드는 전기차 가격 경쟁력 등 측면에서 기존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어 중장기 전망이 아직 불투명하다.
더구나 포드가 새 플랫폼으로 생산하는 차세대 보급형 모델에 역량을 집중할 공산이 큰 만큼 SK온과 협력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13일자 기사를 통해 “포드는 한국 협업사와 삼원계 배터리를 개발해 왔다”며 “하지만 품질이 일정하지 않았고 포드는 비용 절감에 고전했다”고 평가했다.
종합하면 포드의 전기차 부활 전략은 SK온에게 전기차 ‘캐즘’을 넘어설 긍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향후 포드의 전략 불확실성이 커지며 배터리 협력사의 역할도 다소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포드가 전기차 배터리를 투트랙 전략으로 갈 것”이라며 SK온도 꾸준히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낙관적인 시각을 전했다.
SK온이 1일 신규 출범한 ‘미래기술원’에서 다양한 배터리 기술과 폼팩터(형태)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포드의 전략 변화와 연결될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