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기후정책에 목소리를 내는 '탄소중립시민회의'가 복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후대응 핵심기구인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의 산하 기구이다. 그동안 주된 문제로 지적받아온 시민 대표성과 실효성 문제가 해결될지 주목된다.
 
탄녹위 '탄소중립시민회의' 복원할 듯, 실효성과 대표성은 여전히 과제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5년 2월24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제2기 출범식에서 민간위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19일 정부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 시절에 출범했던 탄소중립시민회의가 복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중립시민회의는 탄녹위 산하 민간 정책참여 기구이다. 2021년 7월 지역·성별·연령을 고려해 전국 15세 이상 남녀 533명을 선발한 뒤 같은 해 8월까지 운영됐다. 

애초 기후정책에 시민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계획됐으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활동이 중단됐다.

윤석열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각종 민간 위원회 단순화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기후정책과 관련해 운영됐던 여러 기구도 폐쇄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와 반대로 '큰 정부'를 표방하며 이전 정부에서 폐지한 각종 기구의 복원에 나서고 있다. 

다만 탄소중립시민회의가 폐지된 원인 가운데 대표성과 실효성 부족이라는 문제도 있었기에 이번 복원 작업이 성공하려면 이를 해결할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참여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댕 등 89개 단체는 2021년 8월 공동성명문을 통해 “기후위기와 기후재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노동자, 농민, 빈민, 주민들은 탄소중립시민회의에 참여할 수 없다”며 “이것은 시민참여가 아니라 시민동원이며,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탄소중립시민회의의 대표성 부족을 두고 상위 기구인 탄녹위 구성부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제4장 15조에서 "탄녹위가 위원을 위촉할 때 아동,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사회계층의 대표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선정한 일부 전문가들만 위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1기 탄녹위 운영기간(2021년 5월~2025년 2월) 동안 녹색연합, 기후위기비상행동, 석탄을넘어서 등 여러 환경단체는 탄녹위 폐지까지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2023년 3월 발표한 공동성명문을 통해 "탄녹위는 기업들의 민원 창구 역할만 하며 편향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기후위기 최일선 담당자들은 철저히 배제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2월 출범한 2기 탄녹위도 같은 행보를 답습하고 있다. 

2기 탄녹위는 위촉직 35명 가운데 71%를 교수(13명)와 연구진(12명)으로 채웠다.

이와 같은 대표성 부재는 그대로 정부 탄소중립 계획의 실효성 부족 문제로 이어졌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시민들이 정부가 수립한 탄소중립기본계획을 대상으로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정부가 세운 계획에서 중장기 감축목표가 부재해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고 국민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이를 바로잡기 위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립 과정에서도 탄녹위와 정부는 시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녹위 '탄소중립시민회의' 복원할 듯, 실효성과 대표성은 여전히 과제

▲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2023년 3월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플랜1.5 등 국내 기후단체 다수가 참여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운동본부'는 14일 2035 NDC 결정 절차 중단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기후단체들은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실효성이 부족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해외 사례를 참고해 대표성과 실효성을 모두 잡을 수 있도록 탄소중립시민회의를 구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프랑스는 '기후시민총회'를 구성해 시민 권고안을 수렴하고 있으며, 영국은 '기후회의'를 통해 시민 제안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김주온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한국의 기후 거버넌스 체계는 청년이나 취약계층의 형식적 참여만 보장하고 있을 뿐이라 거버넌스 참여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며 "이에 해외 사례처럼 기후시민의회를 창설하고 여기에 각 계층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