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충북 청주시 서원구에 있는 소나무작은도서관을 불태운 화재는 책만 태운 게 아니었다. 

2021년 12월 도서관에 불이 나면서 수천여 권의 책과 아이들이 쓰고 그린 작품, 각종 집기가 모두 불타버렸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놀고 공부하고 어울리던 공간이 사라졌다. 공간이 사라지자 아이들의 꿈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화마에 스러진 소나무작은도서관, 한화건설 포레나도서관으로 부활

▲ 아이들과 한화건설 직원 등이 18일 충북 청주에 있는 소나무작은도서관 앞에서 함께 기뻐하고 있다. 도서관은 이날 한화건설 덕분에 석 달 만에 '포레나도서관 101호점'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한화건설>


이 안타까운 소식을 직원으로부터 전해들은 한화건설이 나섰다. 마침 지역사회 유휴공간을 활용해 도서관을 조성하는 ‘포레나도서관’ 조성사업을 펼쳐오던 터였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포레나도서관은 보통 새로 도서관을 짓는 사업인데 아이들에게 '도서관을 되돌려준다'는 뜻이 더욱 소중해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포레나도서관 조성사업은 한화건설 주거브랜드인 ‘포레나’의 이름을 딴 사회공헌 사업이다. 포레나는 ‘연결’을 뜻하는 스웨덴어로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겠다는 한화건설의 의지를 담고 있다.

2011년 3월 서울 홍은동 1호점을 시작으로 2015년 12월에 50호점, 2021년 10월에 100호점을 개관했다.

그 동안 문을 연 도서관마다 사연이 없지 않았지만 소나무작은독서관은 더욱 특별한 이야기를 갖고 있었다.

소나무작은도서관은 충북 청주시 서원구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다. 소나무지역아동센터가 인근 가정집을 도서관으로 꾸며 2017년부터 운영해 왔다. 돌봄을 받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 부근 초등학생들도 여기서 책을 읽고, 놀고, 먹고, 쉬었다. 

소나무지역아동센터의 박혜진 센터장은 “소나무작은도서관은 다양한 사연이 있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뿐 아니라 부근에 사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공간이었다”고 말했다.

운영은 쉽지 않았다. 박 센터장은 자기 주머니를 털어 운영비를 마련해야 했고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시인, 작가 등 지역 문인들의 재능기부를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일어난 화재는 그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화재원인 조사가 길어지면서 보험금 보상 여부도 불투명해져 박 센터장은 도서관 폐쇄까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 한화건설이 손을 내민 것이다.

한화건설은 먼저 대체공간이 마련되면 재개관을 적극 돕겠다고 나섰다.

박 센터장은 어렵게 자금을 마련해 도서관이 들어갈 공간을 새로 마련했다. 때마침 이사를 해야하는 소나무지역아동센터도 같은 건물에 들어가기로 했다.

박 센터장은 “자금 문제도 컸지만 지역아동센터는 아이들이 오가며 시끄럽다고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 공간 마련이 더욱 어려웠다”며 “새로 마련한 곳은 오래된 건물이지만 공간이 넓고 다양해 도서관으로 활용하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제 고비를 다 넘겼거니 싶었는데 비용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한화건설 실무진이 실사를 나왔는데 소나무작은도서관 재개관에는 1억 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했다. 그동안 포레나도서관를 짓는 데는 보통 2천~3천만 원 정도면 충분했다.

결국 최광호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 사업을 전격 승인하면서 마지막 매듭이 풀렸다. 회삿돈 8천 만원에 더해 한화건설 임직원들이 5천만 원의 기금을 따로 모아 보탰다. 

지난달 새단장을 시작했고 공사는 한 달 만에 마쳤다. 이제 소나무작은도서관은 '포레나도서관 101호점'이 됐다.

박 센터장은 “화재 발생 이후 여러 곳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도움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아 힘들었고 결국 도서관 폐쇄까지 생각했다”며 “한화건설과 지역사회의 관심 덕분에 도서관이 다시 운영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화건설은 포레나도서관 조성사업을 앞으로도 계속 펼치려 한다. 건설사가 잘하는 일이 집 짓는 일이고, 한화건설은 아이들이 꿈을 키워갈 집을 지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아직 다음 포레나도서관 사업을 진행할 대상 지역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좋은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