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차기 회장이 선임 전부터 첩첩산중의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윤 내정자가 선임된 직후 특별수당 지급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였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은 금융당국의 우회적 사퇴 요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LIG손해보험 인수 결정이 지연되면서 물어야 할 이자가 계속 늘고 있다.

◆ 노조, 행장실 점거 농성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의 행장 집무실 앞 복도를 점거하고 특별수당 지급을 요구했다. 윤 내정자가 KB금융 이사회에서 회장후보로 선임된 지 하루 만에 일어난 농성이었다.

국민은행 노조는 올해 초 국민카드 정보유출 사건이 일어나면서 직원들이 과도한 야근과 휴일근무에 종사했다며 시간외근무수당을 제대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이 직원들의 사기진작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며 “윤 내정자는 이 전 행장의 약속을 지켜 제때 나오지 않은 특별수당을 직원들에게 전액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KB금융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연말 임금단체협상과 연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윤 내정자는 국민은행장을 한동안 겸임하기 때문에 회장에 취임하기 이전부터 노조와 직접 협상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KB금융 관계자는 “국민은행 노조는 차기 회장이 내부인사여야 한다는 주장을 앞세워 윤 내정자가 선정되는 것에 많은 도움을 줬다”며 “윤 내정자가 정식 취임도 하기 전에 특별수당 지급을 요구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윤 내정자는 앞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경우에도 국민은행 노조와 갈등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KB금융 회장으로 내정된 뒤 “구조조정 문제는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 전문가들은 국민은행이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리딩뱅크’인 신한은행은 국민은행보다 7천여 명 적은 인력으로 5천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더 올렸다”며 “저금리 저성장시대인 것까지 고려하면 국민은행도 구조조정을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LIG손보 인수 걸림돌 된 KB금융 사외이사들

윤 내정자는 KB금융 사외이사들에 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사외이사들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KB금융 사외이사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KB금융은 LIG손해보험 인수절차가 늦어지면서 지난달 28일부터 하루에 1억1천만 원씩 계약실행 지연이자를 물고 있다. 이 지연이자는 계약이 완료될 경우 LIG손보 주주에게 잔금과 함께 지급해야 한다.

KB금융은 연말까지 계약절차가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연말에도 인수과정이 끝나지 않을 경우 약정에 따라 KB금융이 LIG손보를 인수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KB금융은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올해 안으로 LIG손보 인수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

KB금융은 지난 6월 6850억 원에 LIG손보 지분 19.47%를 사들이는 인수계약을 체결한 뒤 8월11일 금융위에 LIG손보의 자회사편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KB금융사태로 이 신청서에 대한 승인을 미뤘고 지난달 29일 열린 정례회의에도 이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금융위는 KB금융사태에 사외이사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사외이사들도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이런 금융당국의 요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윤 내정자로서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윤 내정자를 회장 후보로 뽑아준 사외이사를 향해 대놓고 퇴진하라고 요구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금융당국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LIG손보 인수가 지연되면서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임기가 만료될 경우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LIG손보 인수 문제를 고려해 KB금융 사외이사들이 곧 거취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