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계와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즉각 반박했지만 미국의 기후정책 후퇴 속에 국제적 기후협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지금 인공지능(AI)을 규제하자고 외치는 사람들은 12년 전에 우리가 모두 지구온난화 때문에 다 죽을 거라고 했던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아무도 지구온난화 때문에 죽지 않았다"며 "그들은 지금은 지구온난화 대신에 기후변화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그건 지구가 실제로는 따뜻해지고 있는 게 아니라 시원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가디언, CNN 등 주요 외신들과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등 과학 전문지들은 트럼프의 연설에 즉각 반박하는 팩트체크 보도를 내놨다.
CNN은 "트럼프는 지구가 냉각되고 있다고 했고 구체적으로 어느 기간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세계기상기구(WMO)나 미항공우주국(NASA) 등의 전문 기상 기관들의 관측 결과를 보면 지구는 실제로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기상기구는 2025년 이전 11년이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운 시기였다고 지난 1월 발표했다. 미 항공우주국도 2023~2025년 기간은 지난 관측 기록상 가장 따뜻했던 3년이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올해 8월 기온만 봐도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이 경신됐고 잇달아 발표된 중요한 과학 보고서들만 봐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며 "당장 미국 국내만 해도 지난주에 테네시주에서 열린 미식 축구경기에서 경기장 실내 온도가 섭씨 70도까지 치솟는 일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핫한 나라'라고 자랑했을 때 이런 부분을 보고 말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 유엔총회 기조연설 직후 연단에서 내려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한 손가락을 들어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왼쪽 맨위)을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에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기후변화는 전 세계에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이라며 "기후변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든 다 기후변화 탓으로 돌린다"고 비판했다.
이에 영향을 받으며 국제 기후대응을 주도하는 유엔 내에서도 회의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2일(현지시각) 유엔총회 고별 연설에서 "세계의 분열은 거대한 협곡으로 변했고 강대국들만으로는 안보를 보장하거나 세계의 문제를 해결할 군사적, 경제적, 기술적 역량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정학적 분열은 심화됐고 불평등은 더 심해졌으며 신뢰는 무너졌다"며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경고에서 이제는 일상적 현실이 됐다"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연설 내내 단 한 차례도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하지 않았으나 가디언, CNN 등 외신들은 구테흐스 총장의 연설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겨냥한 것이라고 봤다.
구테흐스 총장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거대 석유 기업들은 우리의 대기를 개방형 하수구처럼 취급하며 그것을 대가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며 "우크라이나 전쟁만 봐도 5대 석유 기업이 올린 수익은 5천억 달러(약 676조 원)에 달하는데 개발도상국들의 기후변화 적응에 쓰이는 공공 재정 규모는 340억 달러(약 46조 원)에 불과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번 유엔총회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문제는 다른 이슈에 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AP통신,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유엔총회에 참석한 국가 정상들은 당면 과제인 팔레스타인 이재민, 이란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AI규제 등 정치적 문제 해결에 더 집중했다.
AP통신은 "기후보다는 전쟁과 AI가 정치적 관심을 이끌어가고 있다"며 "지정학적 위기가 커서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국제적 합의를 만들기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24에 따르면 다가오는 11월에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를 주최하는 COP31 사무국조차 AI문제를 핵심 안건으로 올렸다.
무라트 쿠룸 COP31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회는 대화, 합의, 행동에 기반을 둘 것"이라며 "새롭게 약속을 내놓기보다는 기존 약속들을 이행하는 것에 초점을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 6월에 독일 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본부에서 열린 COP31 사전회의 당시에도 참여국들은 추가적인 합의를 내놓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고 가디언, 로이터 등 외신들은 당시 회의가 사실상 빈손으로 폐막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손영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