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 세계무역센터에 노을이 지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최대 규모의 기후 행사인 '2026 뉴욕 기후주간'이 미국 뉴욕시에서 개막했는데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문제가 주요 의제로 선정됐다.

다만 기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AI를 향한 과도한 관심이 시급한 기후변화 대응의 우선순위에 관한 초점을 흐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각) 국제 기후단체 클라이밋그룹에 따르면 오는 27일까지 이어지는 뉴욕 기후주간 행사 기간 동안 1천여 개의 부대행사가 열리며 전 세계에서 약 10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클라이밋그룹이 주최하는 뉴욕 기후주간 행사는 세계 최대의 기후 대응 행사로 매년 9월 유엔총회와 같은 시기에 열린다. 각국 정부 주요 관계자와 기업인, 금융기관, 시민사회 등이 뉴욕에 모여 기후와 에너지 관련 주요 의제를 논의한다.

이번 행사에는 셸던 화이트하우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베누아 파라코 프랑스 기후특사 등 각국 정부 고위 인사를 비롯해 팀 레이티머 페르보 에너지 최고경영자(CEO), 조시 파커 엔비디아 지속가능성 책임자 등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특히 같은 기간 뉴욕시에서 유엔총회 고위급 회담주간이 함께 진행됨에 따라 공식 발표 명단 외 글로벌 주요 인사들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클라이밋그룹은 올해 기후주간의 핵심 논의 주제 중 하나로 AI를 선정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급증하자 관련 논의가 전면에 배치된 것이다.

이에 기후 및 금융 전문가 사이에서는 기후대응 논의가 AI와 데이터센터 문제에만 지나치게 매몰되는 흐름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이 잇달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애니켓 샤 지속가능성 및 에너지 전환 전략 총괄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대응은 전 세계 연간 약 500억 톤에 달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라며 "무엇이 실제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지 올바른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샤 총괄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는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 가운데 상위 5위 안에도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헬렌 클락슨 클라이밋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뉴욕 기후주간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클라이밋그룹>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도 블룸버그를 통해 "많은 이들이 데이터센터를 심각한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지나친 공포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적인 예로 전 세계에서 덮개를 씌우지 않은 쓰레기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모든 AI 데이터센터의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4월 발간한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보면 2030년 말 기준 데이터센터 산업이 글로벌 전력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AI 전력 수요 논란보다 재생에너지 전환과 기후적응에 필요한 실질적 재원 확보, 노후 전력망 현대화 등 광범위한 구조적 과제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르센 미첼 세계자연기금(WWF) 선임 부총장은 포춘 기고문을 통해 "각국 정부 재정의 압박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이라며 "전 세계 기후, 생물다양성, 토지 보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매년 약 5700억 달러(약 789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공공재정 확충을 기반으로 한 전력망 개선은 탄소 배출 저감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낮추는 핵심 해법으로 꼽힌다.

헤더 지칼 JP모건 체이스 글로벌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번 뉴욕 기후주간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력망 문제를 언급할 것"이라며 "전력망 현대화야말로 친환경 전환의 다른 모든 요소를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마이클 그린스톤 시카고대 교수는 악시오스를 통해 전력망을 포함한 에너지 전환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민들이 경제성장과 기후변화 대응 모두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다"며 "지속가능한 기후대응 정책은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 부담 사이에서 철저히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