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로벌 싱크탱크가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녹색금융 정책이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중하위권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포지티브머니가 발간한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녹색중앙은행 성적표' 표지. <녹색전환연구소>
23일 녹색전환연구소에 따르면 국제 싱크탱크 포지티브머니는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녹색중앙은행 성적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녹색전환연구소 등 국내 기관의 전문 자문을 받아 작성됐다. 평가 대상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3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중앙은행과 금융기관들이었다.
포지티브머니는 이들 국가를 모두 묶어 아세안3+라고 지칭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3+ 국가들은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으면서 기후위기에 따른 물리적 피해에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평가됐다. 향후 이들 국가들이 어떤 정책 방향을 택하느냐에 따라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달성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분석됐다.
포지티브머니는 중앙은행과 금융기관들의 녹색정책 실행 수준을 4개 분야로 나눠 평가한 뒤 점수를 기반으로 크게 선도그룹, 중간그룹, 후발그룹 등 3개 그룹으로 나눴다.
한국은 태국과 함께 중간그룹으로 분류됐다. 한국보다 점수가 낮아 후발그룹으로 분류된 국가는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브루나이, 미얀마 등 5개국이었다.
포지티브머니는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 가운데 196억 달러(약 27조 원)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자산으로 편입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석탄 등 화석연료 기업 투자를 배제하는 조치를 내놓은 점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녹색여신 관리지침'을 발표한 것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금융위원회가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서'를 발표하고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보완해 녹색투자 확대에 나서려 했다는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정책 이행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종합평가가 낮아졌다.
녹색여신 관리지침은 실제 대출 실적과 연계되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녹색채권 발행량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은행은 2021년에 공개시장운영에서 증권대차 담보 대상증권 등에 녹색채권을 추가할 수 있는 방안을 약속했으나 이행되지 못했다.
ESG 공시 의무화 시기가 2026년 이후로 연기된 것도 정책 실행력이 부족한 사례로 평가됐다. 이 밖에도 금융기관 탄소중립 목표 공개 의무화 등 금융당국의 2050년 탄소중립 경로를 이끌 구속력 있는 핵심정책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포지티브머니는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는 통화 운영과 규제 프레임워크를 통해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면서도 "실행력이 초기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