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저전력 차세대 모바일 D램 'LPDDR6' 양산에 선제적으로 돌입해 경쟁우위를 지키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폭발적 성장과 더불어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 시장도 커지고 있어, 저전력 모바일 D램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가상현실(VR), 확장현실(XR) 기기 등 새로운 모바일 기기에도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한 만큼,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을 비롯해 중국 CXMT 등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벌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차세대 저전력 D램 규격인 LPDDR6 개발 경쟁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LPDDR6를 개발했으며,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에서 LPDDR6 제품을 선보인다.
LPDDR은 저전력 모바일 D램의 국제 표준 규격으로, 일반 PC나 서버용 D램(DDR)과 달리 전력 효율성을 극대화해 스마트폰, 태블릿PC, 웨어러블 등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한 메모리 반도체다.
LPDDR6는 1c D램(12나노급) 공정이 적용된 제품으로, 이전 세대인 LPDDR5X 대비 11%의 성능 개선과 21%의 에너지 효율 향상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또 기존 대비 최대 1.5배 높은 데이터 처리 대역폭을 제공해 실시간 대규모언어모델(LLM) 구동이나, 고해상도·고주사율 지원이 강화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 LPDDR6 양산에 들어가 내년 2월 출시하는 갤럭시S26 일부 모델에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 대비 빠른 시장 진입을 노리는 것이다.
미국 IT매체 샘모바일은 "삼성전자는 갤럭시S26에 탑재될 수 있는 새로운 모바일 D램 LPDDR6를 공개했다"며 "다른 노트북과 스마트폰 브랜드도 내년 출시하는 차세대 기기에 LPDDR6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갤럭시S27 시리즈부터 LPDDR6가 탑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IT매체 폰아레나는 중국 IT 정보유출가(팁스터) '디지털 챗 스테이션'을 인용해 "퀄컴이 내년 공개하는 모바일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 엘리트 6세대'는 새로운 메모리 표준인 LPDDR6을 지원할 것"이라며 "이 칩은 갤럭시S27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저전력 모바일 D램은 '온디바이스 AI' 확대와 함께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다.
온 디바이스 AI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이 자체 칩을 활용해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내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LPDDR은 데이터 이동을 담당하는 '데이터 대역폭'을 제공하는데, LPDDR6와 같이 대역폭이 높을수록 AI 칩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지연 없이 즉시 공급할 수 있어 AI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즉 메모리 병목 현상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2억4100만 대 수준인 AI 스마트폰이 2028년에는 7억26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노트북, 태블릿, 웨어러블은 물론 가상현실(VR) 기기, 전기차 등 실시간 데이터 처리와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곳에도 채택되고 있어,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마켓리포츠는 2025년 글로벌 LPDDR 시장 규모가 2025년 268억5천만 달러(약 39조 원)에서 2030년 326억 달러(약 47조 원)로 연평균 8%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 삼성전자는 LPDDR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 LPDDR6 가상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전체 D램 시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인해 SK하이닉스와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과 달리, 모바일 D램의 선폭 미세화 기술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점유율도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가 20%대, 마이크론이 10%대로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들도 내년 상반기 LPDDR6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CXMT도 LPDDR 개발에 속도를 내며 추격하고 있는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CXMT는 지난 10월 LPDDR5X 양산을 공식화했으며, 2026년부터 LPDDR6 생산에도 착수하기 위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HKMG(하이-k 메탈 게이트) 등 첨단 공정 기술력에서 뒤처져 있어 전력소비, 성능, 원가 경쟁력에서 선두권과 차이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HKMG 공정은 기존 절연막 대신 하이-K(고유전율) 물질을, 게이트 전극 대신 금속 물질을 사용해 누설 전류를 줄이고 반도체 동작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핵심 기술이다.
최정구 카운터포인트 책임연구원은 "올해 1분기 1%도 채 되지 않는 CXMT의 DDR5와 LPDDR5 시장점유율이 4분기에는 7~9%까지 오를 것"이라며 "그러나 LPDDR 제조에 필요한 HKMG 공정 개발에선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