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원래 이렇게 주담대(주택담보대출) 받기가 힘든 건가요.”

21일 부동산 대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글이다.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주택담보대출 추가 규제 관련 허위사실 유포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한 작성자는 은행 다섯 곳을 돌았지만 “단 한 군데서도 6억 원이 다 못 나온다더라”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에 막혀 예상했던 대출금액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내년에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계속 한도가 잘 안 나온다 하니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걱정을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주담대 추가 규제 관련 허위사실 유포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주택가격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추가로 축소한다는 취지의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수사 의뢰 등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15억 원 이상 주택의 대출 전면 금지 등 주택가격별 대출한도를 추가로 줄인다는 게시글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현행 규제는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시가 15억 원 이하 주택의 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 원, 15억 원 초과~25억 원 이하 주택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물론 이 한도가 모든 차주에게 보장되는 대출금액은 아니다. 소득과 기존 부채에 따라 DSR 등이 적용되는 만큼 최대 한도만큼 빌리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를 정책의 문제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추가 규제설을 부인하는 데서 나아가 실수요자들이 이런 이야기에 불안해하는 배경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주거 관련 대출정책은 실수요자의 계약과 잔금 마련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상환능력에 따른 심사뿐 아니라 정책과 은행의 취급 기준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도 걱정해야 한다면 안정적으로 자금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올해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를 조정한 과정은 이런 불확실성을 보여준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목표를 2025년 실적 1.7%보다 낮은 1.5%로 설정했다.

이 위원장은 7월1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가계부채 총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고위험 주택담보대출 자본규제 강화로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을 이어가겠다”며 총량관리 강화 기조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은행들의 연간 대출 여력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이미 분양계약을 맺은 수분양자들의 잔금대출까지 막히는 혼란이 벌어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잔금대출 보완책 마련을 직접 주문했다.

결국 금융위는 업무보고 한 달 만인 8월13일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를 1.5%에서 3%로 높였다. 신축 입주단지의 집단대출도 금융회사별 총량관리 목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실수요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을 보완한 것은 필요한 조치였다. 다만 당초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를 정할 때 이미 계약한 실수요자의 자금 수요를 충분히 고려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잔금대출 차질이 발생하고 보완책이 나오기까지 자금조달의 불확실성을 감당해야 했던 것은 실수요자들이었다.

은행 창구에서 적용되는 대출 기준도 수시로 바뀌어 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은행 13곳은 2025년 1월부터 올해 8월11일까지 상품별·접수 채널별 가계대출 취급 기준을 149차례 조정했다.

▲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8월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기지보험 가입 중단, 비대면 주담대 접수 중단, 마이너스통장 한도 축소 등이 대표적이다.

모기지보험은 주담대 한도를 산정할 때 소액임차보증금 상당액을 차감하지 않도록 해주는 보험이다. 가입이 제한되면 다른 대출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실제 대출 가능액이 줄어들 수 있다.

한민수 의원은 “은행별로 한도 축소와 비대면 상품 중단이 수시로 되풀이되면서 자금이 필요한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실수요자 대출은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환능력이나 신용도 외에도 대출 신청 시점과 은행별로 남은 총량 등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가 갈리면서 실수요자 불만이 쌓여온 셈이다.

금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7~8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가운데 은행권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9월 3.43%로 한 달 전보다 0.25%포인트 상승했다. 46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연 3.0%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기준금리가 동결되더라도 이미 높아진 대출금리가 곧바로 낮아지는 것은 아닌 만큼 실수요자의 이자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높은 이자 부담까지 감당해야 하는 실수요자에게 대출조건의 예측 가능성은 더욱 중요하다.

금융당국이 시장금리의 움직임을 좌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책 변경에 따른 혼란을 줄이고 적용 기준을 명확히 설명하는 것은 당국의 몫이다.

이 위원장은 2025년 9월 취임사에서 ‘신뢰 금융’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작은 불편까지도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먼저 다가가고, 항상 문을 열어두는 금융위원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지금 이 위원장이 귀 기울여야 할 것은 대출이 얼마나 나올지, 계약일자에 맞춰 대출 승인이 날지 몰라 은행을 전전하는 실수요자의 불안이다.

가계부채를 관리하면서도 실수요자가 일관된 기준 아래 주거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금융당국의 대출정책에 관한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