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장서 현대디에프 대표이사가 면세사업의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의 신임 대표이사 가운데
첫번째 임기 만료를 앞두고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생성형 AI 챗GPT로 만든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4명의 경영 성적표가 엇갈리고 있다.

박장서 현대디에프 대표이사는 면세사업의 이익을 확대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정백재 지누스 대표이사는 올해 다시 영업손실을 내며 고전하고 있다.

21일 현대백화점그룹의 상황을 종합하면 2024년 10월 실시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수장으로 발탁된 계열사 대표이사 4명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박장서 현대디에프 대표(1967년생), 정백재 지누스 대표(1969년생), 박종선 현대이지웰 대표(1969년생), 이진원 현대L&C 대표(1966년생)는 약 2년 전 각 회사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들의 공식 임기는 모두 2년으로 2027년 3월 끝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면 장기간 신임하는 인사 기조로 잘 알려져 있다. 다만 매년 10월 말에서 11월 초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해 온 만큼 기존 계열사 대표이사들의 경영 성과도 무시하기는 어렵다.

해당 계열사 4곳은 올해 들어 실적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인물은 박장서 대표다. 현대면세점을 운영하는 현대디에프는 2025년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한 데 이어 올해도 이익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디에프는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영업이익 34억 원, 62억 원을 냈다. 3분기에도 영업이익 50억 원가량을 낸 것으로 파악되며 올해 연간 매출로 1조1550억 원, 영업이익은 213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 규모가 2억 원에 그쳤는데 올해는 2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면세사업이 적자에서 벗어나는 단계를 지나 본격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변화는 현대디에프의 과거 실적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현대디에프의 매출은 2022년 2조2570억 원, 2023년 9978억 원, 2024년 9721억 원으로 꾸준히 감소하다가 2025년 1조140억 원으로 반등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익은 2022년 -660억 원, 2023년 -312억 원, 2024년 ?288억 원, 2025년 2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박 대표 입장에서 보면 취임 첫해인 지난해 매출이 2022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첫 연간 영업흑자를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부진한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정백재 대표가 이끄는 가구·매트리스 계열사 지누스다.

지누스는 현대백화점의 연결 실적에 꾸준히 부담을 주는 계열사로 지목돼 왔다.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매트리스 수요가 부진한 데다 관세 부담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누스는 정 대표 취임 첫해인 2025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4년 영업손실 54억 원에서 2025년 영업이익 256억 원으로 돌아섰다. 다만 흑자전환에는 반덤핑 무효 소송 승소에 따른 충당금 환입 등 일회성 이익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는 다시 적자로 돌아서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상반기에만 영업손실 568억 원을 기록했으며 증권가에서는 연간 영업손실이 9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정백재 지누스 대표(가운데), 박종선 현대이지웰 대표(오른쪽), 이진원 현대L&C 대표는 모두 현대백화점으로 입사해 그룹 내에서 30년 안팎의 경력을 쌓은 내부 출신 경영인이다. 사진은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로 만든 이미지.

박종선 대표가 이끄는 현대이지웰과 이진원 대표가 이끄는 현대L&C 역시 올해 들어 매출과 순이익을 모두 늘리는 데 실패했다.

현대이지웰은 기업 대상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열사로 관련 시장의 1위 사업자로 적자를 내는 기업은 아니다. 신규 고객사 확보를 통한 외형 성장과 이에 걸맞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현대이지웰은 상반기 매출 764억 원, 순이익 87억 원을 냈다. 2025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5.4% 늘었지만 순이익 규모는 거의 반토막났다.

건축자재·인테리어 소재사업을 맡고 있는 현대L&C는 올해 들어 상반기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4457억 원에서 4393억 원으로, 순이익은 89억 원에서 68억 원으로 줄었다.

박장서 대표는 현대백화점그룹에서 이례적인 외부 출신 계열사 대표다. 신라면세점에 입사해 2016년 상무로 승진했으며 2019년 두타면세점 전무로 일했다. 2020년 현대디에프에 합류해서도 영업본부장과 상품본부장을 맡아 면세사업 전반을 담당했다.

반면 나머지 세 대표는 그룹에서 30년 안팎의 경력을 쌓은 내부 출신 경영인이다. 정백재 대표는 1996년, 박종선 대표는 1995년, 이진원 대표는 1993년 각각 현대백화점에 입사했다. 이후 그룹 내 여러 계열사를 거치며 경영 경험을 쌓았다.

박 대표는 수익성이 부진한 시내면세점을 축소하고 인천국제공항 사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현대디에프의 사업 구조를 재편해왔다.

현대디에프는 2025년 7월 서울 동대문점의 영업을 종료했으며 서울 강남 무역센터점의 운영 규모도 기존 3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축소했다. 동대문점은 2024년 말 기준 현대디에프 전체 매출의 23%를 차지하던 주요 사업장 가운데 한 곳이었다.

박 대표로서는 당시 면세 업황이 부진하며 시내면세점의 수익성이 꾸준히 악화되자 상당한 매출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점포를 정리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인천국제공항을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삼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면세점은 올해 4월 DF2 권역 운영을 시작하면서 기존 DF5·DF7과 함께 대기업 대상 권역 6곳 가운데 3곳을 확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 최대 면세사업자로 올라섰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높은 임대료 부담으로 기존 사업권을 반납했지만 현대디에프는 오히려 공항사업 확대를 선택한 셈이다.

현대디에프는 인천공항에서 명품·패션·잡화·향수·화장품·주류·담배를 모두 취급하게 됐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인천공항에서만 연간 매출 1조 원 이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