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미국 ESS용 배터리 생산공장 증설을 통해 탈중국 수요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구글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탈중국 규제 강화에 못 이겨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집단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기업들의 미국 ESS 배터리 시장 이탈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게 반사수혜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이같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 미국 현지 ESS용 배터리 생산공장을 빠르게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근 GM과의 합작 관계를 종료하고 단독 운영 체제로 전환한 미국 배터리 생산법인 시너지셀즈에 ESS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서둘러 도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계획이 잠정 중단된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2공장을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기지에서 ESS용으로 용도를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20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최 사장이 미국 ESS용 배터리 생산설비의 대규모 증설을 통해 현지 판매 실적을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지난 19일(현지시각) 대만 언론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최근 미국 ESS 시장에서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가 탈중국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더 이상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7월 제정된 감세법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을 통해 중국의 미국 ESS 배터리 시장 진입을 사실상 막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미국에서 생산된 ESS 제품이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수령하려면 실질적 지원비용 비율(MACR)을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MACR은 전체 생산 원가 가운데 중국 등 금지된 외국단체(PFE)로부터 조달하지 않은 비용 비중을 뜻한다.

ESS 부문의 MACR은 올해 55%가 적용됐으며, 매년 5%포인트씩 올려 2030년 7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배터리가 ESS 생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ESS는 AMPC를 받을 수 없어 사실상 시장성을 상실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미국은 지난 7월부터 중국산 배터리에 40.9%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에 공급하는 배터리 대부분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어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국에서 생산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출고 가격은 1킬로와트시(kWh)당 51.62달러 수준이다. 다만 이 제품이 미국에 도착하면 운송비와 관세 등을 더해 약 87달러까지 치솟는다.

한국 배터리셀 기업이 북미에서 생산하는 ESS용 LFP 배터리의 원가는 90~100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AMPC로 환급받는 비용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 면에서 한국 기업이 앞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ESS 시장에서 철수한다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반사 수혜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미국 ESS용 배터리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삼성SDI가 최대 수혜 기업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미국 ESS 사업에서 물러나면 국내 배터리셀 3사가 즉각적 수혜를 누릴 것”이라며 “올해 4분기 미국에서 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의 급격한 외형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 LFP 배터리가 탑재된 삼성SDI의 ESS 제품 '삼성배터리박스(SBB) 2.0'. <삼성SDI>


삼성SDI는 올해 4분기부터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최 사장은 지난해 말 SPE 1공장 일부 라인을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ESS용 삼원계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했다. 올해 들어서는 ESS용 LFP 배터리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연내 SPE 1공장 4개 생산라인 가운데 2개를 ESS용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내년 상반기 1개 라인을 ESS용으로 추가 전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너지셀즈 공장에도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도입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체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앞서 생산능력 확보가 시급한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 1~2개를 우선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SPE 2공장 건설도 재추진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SPE 2공장 건설을 재개하면 이곳에도 ESS용 삼원계,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도입할 것이 유력해 보인다.

시너지셀즈(연산 27GWh)와 SPE 2공장(연산 34GWh)을 활용하면 삼성SDI는 미국에서만 50GWh가 넘는 ESS용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SPE 1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양산 최종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부터 생산에 돌입할 것“이라며 ”추가 ESS용 배터리 생산설비 확대와 관련해서는 다음주 진행될 실적발표회에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