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현대차 3인 대표 체제는 정몽구 때와 어떻게 다른가, 장재훈 이승조의 존재감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30일 울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 기공식에서 환영사하고 있다. <현대차>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는 무려 20년이 넘게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이어온 기업이다. 오너인 그룹 회장을 중심에 놓고, 두 명의 전문경영인이 실무를 떠받치는 구조를 2004년부터 유지해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처음 출범한 2000년에 현대차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당시 회장)과 전문경영인 1명의 2인 대표이사 체제였지만, 2004년 전현수 현대차 사장을 대표이사에 추가로 선임한 이후 3인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정의선 회장 역시 2018년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계속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해왔다.

정 회장의 3인 대표이사 체제는 겉으로 보기에 정몽구 명예회장의 3인 대표이사 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정 명예회장이 일반적으로 두 명의 대표이사에 각각 영업·생산 분야의 전문가를 선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현대차는 영업분야의 전문가인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사장(CEO), 생산·안전 분야의 전문가인 이동석 대표이사 사장(CSO)이 이끌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의 3인 대표이사 체제에는 정 명예회장 때와 다른 ‘특별함’이 있다. 바로 장재훈 완성차담당 부회장과 계열사 등기임원 겸직을 확대하고 있는 이승조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의 존재감이다.

장재훈, 그룹 전체 그림을 그리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회장인 시절에는 부회장단을 대거 두고 이 가운데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2인자로 불리는 부회장이 정 명예회장의 뜻을 실행하는 역할을 맡는 경영을 하는 시간이 길었다.

그러나 정의선 회장 체제가 시작된 후로도 2인자를 두지 않는 기조가 상당 기간 유지됐다. 하지만 2024년 말 장재훈 완성차담당 부회장이 승진하면서 그 기조가 깨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2021년 해체됐던 현대차 부회장단이 약 3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장재훈 부회장이 기획조정담당을 겸직하게 된 것이다.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장재훈 부회장이 기획조정담당을 맡으면서 기획조정실 기존 인사들은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의선 회장이 그룹 전체의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을 장재훈 부회장에게 일임하면서 조직을 새로운 2인자 중심으로 재편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 부회장은 정의선 회장의 의도를 가장 빠르게 읽어낼 수 있는 사람으로 꼽힌다. 

2018년 정의선 회장(당시 부회장)이 그룹 체질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을 때 장재훈 부회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지원본부장에 발탁됐다. 

이후 정의선 회장이 주문한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 개선에 공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정의선 회장이 그리려는 현대차의 그림을 가장 잘 파악하고, 그걸 실제로 그려낼 수 있는 인물이 장재훈 부회장인 셈이다.

◆ 이승조 계열사 등기임원 겸직 확대, 현대차그룹 변화의 ‘뼈대’

정의선 회장 인사의 또 다른 ‘세부 톱니바퀴’는 CFO의 역할 변화로 드러난다. 

이승조 CFO는 현재 계열사 등기임원 겸직을 확대하고 있다. 그가 겸직한 계열사는 국내 3곳과 해외 7곳을 합쳐 모두 10곳에 이른다. 

특히 그가 이사로 겸직한 국내 계열사 3곳은 모두 현대차그룹 금융 계열사(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머셜)로 자동차 판매와 직결된 금융 리스크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CFO가 계열사 등기임원 겸직을 확대한다는 것은 사실상 CFO가 외부 회사 인수, 계열사 합병 및 분할, 조직개편 등 현대차그룹 전체의 뼈대를 다시 맞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이 제시한 청사진을 실행 단계로 옮기는 인물이 장재훈 부회장이라면 이승조 CFO는 그룹 청사진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재무적 구조를 만드는 임무를 맡은 것이다. 

이승조 CFO는 2018년 현대차 경영관리실장을 맡은 뒤 재무관리실장, 감사팀, 재경사업부장 등 그룹 내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대표적 ‘재무 전문가’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