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가 오랜 기간 공들인 상장 공모펀드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패시브(추종형) 중심의 상장지수펀드(ETF) 위주로 구성된 현재 펀드 시장에 새 바람을 몰고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액티브'한 상장 공모펀드 등판, 대형 운용사 유리한 ETF 위주 시장에 변화 줄까

▲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업계의 주도로 공모펀드의 상장이 현실화됐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부터 대신자산운용의 ‘코스피200인덱스 X클래스’와 유진자산운용의 ‘챔피언중단기크레딧 X클래스’ 두 개의 공모펀드가 상장돼 거래를 시작했다.

현재 상장 공모펀드는 금융규제 샌드박드 단계인데, 향후 당국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상장 공모펀드 개념을 법제화해나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더욱 많은 상품들이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 공모펀드란 그간 장외에서만 거래되던 공모펀드들을 ETF처럼 증시에서 거래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앞서 2024년 초 당국이 이를 예고한 뒤 여러 절차를 거쳐 드디어 시행된 것이다.

상장 공모펀드와 ETF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액티브(능동형)냐 패시브냐 하는 것이다.

ETF가 펀드시장에 혁명을 불러온 것은 맞지만, 본질적으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성격 때문에 지나친 경직성과 일률성이 지적돼 왔다.

특히 ETF들은 각종 테마와 업종별로 출시되고 있는데 사실상 운용사들이 내놓는 상품마다 별반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뿐만 아니라 액티브 운용의 쇠퇴와 패시브 펀드의 비대화는 저평가 기업 발굴과 창의적인 상품 설계 등 자산운용사 경쟁력의 근간을 위축시킴과 동시에, 시가총액 상위 기업으로 자금집중을 야기시키는 것으로 연구결과 밝혀졌다.

그 결과 내용은 사실상 똑같은데 대형 운용사들만이 주목받는 소위 ‘고인물 시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우리나라 액티브 운용 시장은 ETF의 발흥에 따라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2~2022년 기간 동안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가운데 초과수익률 상위 50%에 속하는 펀드들의 연평균 초과수익률은 4.4%였으나 같은 기간 연평균 현금흐름증감률은 -4.7%로 집계됐다. 

ETF가 대세가 되면서 우수한 공모펀드에서마저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액티브 주식형 공모펀드의 경우 시장 지수를 따르면서도, 능동적인 조치를 통해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조정하는 등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 가능하며, ETF와 달리 상관계수 유지 의무도 없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종목과 업종을 자유롭게 아우를 수 있다. 

또한 그 특성상 잠재 종목 발굴을 위한 내부 리서치 역량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업계 전반의 역량 제고도 기대할 수 있다. 

일례로 대신 코스피200인덱스 X클래스는 10년 이상 장기근속 매니저가 정기적인 포트폴리오 미세 조정 및 주식시장 이벤트 활용 등 검증된 운용 전략을 활용하여 안정적인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2002년 1월7일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955.33%로, 추종 지수인 코스피200(442.06%)보다 두 배 이상의 초과 성과 기록하고 있다.

상장 공모펀드 도입으로 운용업계의 대형사 쏠림 현상도 일정 부분 완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액티브'한 상장 공모펀드 등판, 대형 운용사 유리한 ETF 위주 시장에 변화 줄까

▲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패시브로 치중된 펀드 시장에서는 모험자본 공급 기능이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그동안 패시브 ETF 시장에 진입하기가 어려웠다. 패시브는 그 특성상 규모가 큰 운용사가 더욱 유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규모가 작아도 운용 실력만 갖추면 얼마든지 대형사와도 경쟁할 수 있게된 것이다.

이같은 장점에 실제 미국 등 시장에서도 공모펀드의 상장 흐름이 강해지는 분위기이다.

다만 현재 국내 상장 공모펀드의 최소 설정액이 500억 원이어서 중소형 운용사가 참전하기에는 아직 문턱이 높은 점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또한 그 종류도 국내주식형 펀드에만 한정돼 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장가능한 설정액 한도를 낮추고 해외주식형펀드까지 그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액티브 운용 전문 중소형 자산운용사가 진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가 우수한 다양한 유형의 액티브 주식형펀드가 상장돼야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