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실업 과테말라에 수직계열화 생산 가동, 김익환 미국 관세 리스크·공급망 대응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29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기업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세예스24홀딩스>

[비즈니스포스트] 경기 침체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한세실업이 대미 관세 리스크까지 마주하며 이중고에 직면했다. 도날드 트럼프 행정부가 가동되며 대미 의존도가 높은 사업 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

한세실업은 중남미로 생산거점을 옮기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내년 하반기부터 과테말라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본격화해 관세 부담은 줄이고, 생산 효율성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31일 한세실업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중남미를 차세대 생산 거점으로 점찍고 현지 시설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세실업은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의류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으로 특히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대미 관세 영향도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 한세실업의 생산지 비중은 베트남 39%, 인도네시아 18%, 니카라과 30%, 과테말라 9%, 미얀마 3%였다. 하지만 최근 대미 상호관세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산 제품에 각각 20%, 19%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서 주력 생산지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실적도 빨간등이 켜졌다. 한세실업의 영업이익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저가 브랜드 수주 감소에 더해 관세 부담까지 겹치면서 삼중고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됐다.

한세실업 영업이익은 2022년 1796억 원에서 2023년 1682억 원, 2024년 1422억 원으로 줄었다. 올 상반기엔 지난해 상반기보다 59.6% 급감한 326억 원에 그쳤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비슷한 모습이다. 2022년 1967억 원, 2023년 1900억 원에서 2024년 563억 원으로 급감했다. 올 상반기에는 –261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에서는 한세실업의 고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 3분기부터 대미 관세 여파가 본격 반영되며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고객사 발주 축소와 매출원가율 상승이 맞물리며 수익성 압박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세실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원가율은 87.4%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6.0%포인트 상승했다. 관세 부담이 본격화되면 이 수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다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이 같은 어려움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미 지역 수직계열화 전략이 본격 가동되면 대미 관세 리스크와 공급망 효율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은 지난 29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2025 글로벌 기업설명회’에서 “중남미 수직계열화를 통해 미국 상호관세에 대응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세실업이 2022년부터 준비해온 과테말라 수직계열화 프로젝트는 내년 3분기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과테말라,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지역에 원사·원단·봉제를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세실업 과테말라에 수직계열화 생산 가동, 김익환 미국 관세 리스크·공급망 대응

▲ 한세실업 과테말라 법인. <한세실업 홈페이지 갈무리>


과테말라는 지리적으로 미국과 가까워 납기 단축(니어쇼어링)이 가능하다. 대미 상호관세율도 10%로 베트남의 절반 수준이다. 관세 절감과 공급 유연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김 부회장은 “중미에서 생산하면 납품 시간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트렌드 변화에 맞춰 스타일이나 수량을 빠르게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고객사들이 중미 생산을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세실업은 2022년부터 과테말라 생산기지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과테말라 법인 ‘더 글로벌 과테말라 미차토야’에 663억 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실시했다. 올해 2월에는 원단 염색공장 ‘C&T 과테말라’와 방적공장 ‘한세 에스코핀’에 각각 478억 원, 391억 원의 채무보증을 제공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과테말라 생산설비가 안정화될 경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물량 일부를 과테말라로 이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한세실업의 베트남 생산 의존도는 점점 줄고 있다. 2021년만 해도 베트남 비중이 49%에 달했지만 지난해 39%까지 떨어졌다. 3년 만에 10%포인트 가량 빠진 셈이다. 

다만 물량 이관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올 2분기 기준 한세실업 베트남 법인의 총 생산 수량은 3237만7천 장, 인도네시아는 1627만9천 장에 이른다. 반면 과테말라 법인은 902만 장에 불과하다. 내년 상반기까지 해당 물량을 수용할 만한 설비와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과테말라 설비투자의 본래 목적이 관세 대응보다는 미국 내 물류 효율성 개선과 리드타임 단축에 있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중남미 생산기지는 애초부터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완적 역할에 있었다는 것이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고객사들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ODM사를 선호하고 있어 과테말라 수직계열화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며 “액티브웨어 브랜드 수주도 늘고 있어 내년부터 점차 매출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