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HBM4 SK하이닉스·삼성전자 양자대결, '안정성 vs 성능'으로 엔비디아 공급 승부

▲  내년 6세대 HBM4 엔비디아 공급을 놓고 SK하이닉스는 검증된 D램 공정으로 기술과 생산 안정성을 앞세워 승부를 걸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한 세대 앞서 D램 공정 기술 적용으로 성능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전략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엔비디아 공급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의 차기 인공지능(AI) 반도체 '루빈' 성능 상향 요구를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HBM4 시장은 사실상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양자 대결 구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엔비디아의 HBM 1순위 공급사로 자리잡은 SK하이닉스는 이미 검증된 HBM 생산과 공급 안정성으로 승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반전을 노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앞선 D램 공정 기술을 동원해 성능 차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HBM4의 엔비디아 공급 경쟁에서 SK하이닉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최근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고 밝혔지만, 삼성전자도 양산을 위한 준비를 거의 마친 상황으로 안다”며 “엔비디아 인증 획득을 위한 페이즈(단계)도 동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당초 국내외 증권가는 SK하이닉스가 가장 먼저 엔비디아의 HBM4 인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가장 먼저 HBM4 초기 엔지니어링 샘플을 엔비디아에 제공했고, 엔비디아와 내년 가격 협상도 문제없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엔비디아의 HBM4 성능 규격(스펙) 요구 사항이 변하며, 삼성전자에 추격 기회가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엔비디아는 당초 HBM4의 데이처 처리속도를 8Gbps(초당 기가비트) 수준으로 요구했지만, 최근 최대 11Gbps까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보다 한 세대 앞선 6세대 ‘1c D램’ 공정을 활용해 HBM4를 제작하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에 더 유리해진 것으로 관측된다. D램 공정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선폭이 미세해져 전력효율과 성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11Gbps 속도를 기준으로 놓고 HBM4를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10Gbps 이상’의 속도를 구현했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엔비디아의 요구 사항을 맞출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자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4나노 공정을 활용해 제작하는 HBM4용 ‘로직 다이’도 삼성전자의 HBM4 경쟁력을 높이는 배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5세대 HBM3E까지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은 HBM 가장 밑단에 배채돼 컨트롤러 역할을 하는 ‘베이스 다이’를 활용했지만, HBM4부터는 기업 맞춤형 제작을 위해 좀 더 복잡한 회로설계가 필요한 ‘로직 다이’를 사용한다.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의 높아진 HBM4 규격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이유도 D램 공정과 로직다이 문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론은 5세대 ‘1b D램’ 공정을 활용하고 있으며, 로직다이도 전문 파운드리 업체가 아닌 자체 D램 공정을 활용해 제작해왔다.

제프 푸 홍콩 GF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HBM4의 데이터 전송 속도 요구사항을 높이면서, 로직다이가 아닌 기존 베이스다이를 활용하는 마이크론은 기준 충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HBM4 SK하이닉스·삼성전자 양자대결, '안정성 vs 성능'으로 엔비디아 공급 승부

▲ SK하이닉스 HBM4 샘플. <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는 기술과 공급 ‘안정성’을 무기로 HBM4에서도 엔비디아 공급량 1위를 가져가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압도적 경쟁력을 보여줬던 HBM3E에 사용한 1b D램 공정을 활용해 HBM4를 제작한다. 검증이 완료된 공정으로 수율(완성품 비율)과 품질 관리에서 경쟁력을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인증이 확인되는 순간 HBM4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양산 체제를 구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로직 다이 제작을 위해 TSMC의 12나노 공정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로직다이에 활용하는 4나노 공정과 비교해 기술 난이도는 떨어지지만,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의 안정적 공정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측은 “HBM4 개발에 시장에서 안정성이 검증된 자사 고유의 어드밴스드 MR-MUF 공정과 10나노급 5세대 1b D램 기술을 적용해 양산 과정의 리스크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모두 이달 중 엔비디아 최종 인증을 위한 고객사 샘플(CS)을 엔비디아에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의 인증 결과는 빠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당초 HBM4 엔비디아 인증이 내년 상반기나 돼야 할 것으로 관망됐지만, 최근 HBM4 인증을 위한 개발 속도를 빠르게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4를 엔비디아가 내년 하반기 출시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루빈’에 탑재할 예정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CEO)는 루빈이 올해 출시된 ‘블랙웰 울트라(GB300)’보다 배 이상의 성능을 낼 것이라고 앞서 밝혔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