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범희 아세안+3거시경제조사기구(AMRO) 그룹장이 4일 베트남 롯데호텔 하노이에서 열린 '2025 비즈니스포스트 금융포럼 in 하노이'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한 그룹장은 4일 ‘한-아세안 협력 확대를 위한 금융의 역할’을 주제로 베트남 롯데호텔 하노이에서 열린 ‘2025 비즈니스포스트 금융포럼 in 하노이’에서 “지역경제는 언제든 반복적으로 금융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이는 지역경제에 금융안전망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한 그룹장이 일하는 AMRO 역시 아시아 외환위기 뒤 금융안전망 구축 필요성에서부터 출발한 단체다. AMRO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ASEAN+3)의 경제 및 금융 안정성을 지원하는 일종의 ‘정책 모니터링 및 자문’ 기구다.
한 그룹장은 “금융 위기는 계속 반복돼 왔다”며 “그 가운데 하나가 한국을 비롯해 여러 아시아 국가가 1997~1998년 겪은 외환위기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이 경제 성장에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한 나라의 경제 성장이 출발하는 시점에서는 금융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가 차관으로 장기 대출 뒤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으로 성장하는데 이때는 금융의 역할과 관련한 이해도가 낮아 금융 위기를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시아 여러 나라는 1997~1998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2000년 5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ASEAN+3(아세안 10개국+한국·중국·일본) 재무장관 회의를 열었다. 당시 회의에서 아시아의 금융안전망 마련 등이 논의됐다.
금융안전망은 경제 충격에 대비하고 위기가 발생하면 자금을 제공하는 동시에 각 나라에서 발생한 충격에 대한 정책 대응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금융안정망에는 △국내 정책 대응(재정·통화정책 등) △양자간 통화스왑 협정(BSA) △지역금융안정장치(RFA) 등이 포함되며 국제금융안전망의 중심엔 국제통화기금(IMF)가 있다.
아세안+3지역에서는 치앙마이 회의 뒤 발족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가 아세안+3 지역 금융안전망 논의에 바탕을 둔 지역금융안정장치(RFA)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아세안+3에서는 CMI 출범 뒤 양자협정을 묶어 하나의 공동기금처럼 운용하자는 논의가 나왔고 2010년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이 출범했다.
▲ 한범희 아세안+3거시경제조사기구(AMRO) 그룹장이 4일 베트남 롯데호텔 하노이에서 열린 '2025 비즈니스포스트 금융포럼 in 하노이'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즉 아세안과 한국, 중국, 일본은 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지역에서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금융안전망을 구축한 것이다. CMIM은 자금지원 역할을 맡고 있고 AMRO는 위기 감지와 정책 자문 등을 담당한다.
한 그룹장은 AMRO의 출범에는 외환 보유량과 안전성, 아시아 지역 금융 주권 보호 뜻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전히 달러가 지배적인 외환시장에서 외환스왑, 그 가운데서도 달러화와 연계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스왑 라인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양자간 통화스왑 협정 가운데 하나로 미국 연준이 외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왑 계약을 맺어 해당 국가 시장에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는 “베트남이 금융안전망을 구축하려면 양자간 통화스왑 협정를 맺는 것을 정책과제로 삼고 중국, 한국, 말레이시아 등과 통화스왑 협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금융안전망은 일종의 보험이다”며 “보험금을 타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범희 그룹장은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은행에서 근무한 뒤 2012~2016년 AMRO 법률고문·선임 법률고문을 지냈으며 2016년 10월부터 AMRO에서 CMIM 지원그룹 책임자를 맡고 있다. 김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