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선택과 집중'전략으로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거뒀던 성공을 삼성SDI에서 재현할 채비를 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배터리업계에서는 최 사장이 과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불도저식 결단력’으로 성과를 낸 바 있어 그의 결정이 삼성SDI에서도 실적 반등으로 재현될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 삼성SDI의 재무적 위기 조짐
삼성SDI의 재무상황은 녹록지 않다.
삼성SDI의 부채비율은 2023년 71%에서 2024년 말 88.2%로 17.25%포인트 높아졌다.
차입금의존도도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7~18% 선을 유지하다가 2024년 28.9%로 치솟았고, 2025년 상반기 말에도 28%대를 유지하고 있다.
순차입금 규모는 2023년 3조7243억 원 수준에서 2024년 말 9조7545억 원으로 161.9% 급증했다.
증권업계와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같은 신용등급 AA급 기업의 적정 차입금 의존도는 27.5% 수준으로 현재 상황은 한계점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의 총자산 대비 차입금인 총차입금 의존도가 30%를 넘기면 금융비용 부담 증가와 함께 부채 상환능력에 위기가 본격화됨을 의미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삼성SDI의 수익성 역시 하향 흐름을 타고 있다.
삼성SDI는 2024년 4분기 영업손실 2816억 원을 기록하면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2025년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돼 1분기 영업손실 5435억 원, 2분기 영업손실 4642억 원을 봤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올해 연간 기준으로 영업손실을 최소 1360억 원에서 최대 7천억 원 대까지 볼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상호관세 영향으로 주요 전기차 고객사의 판매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삼성SDI의 배터리 출하용량이 예상보다 저조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점진적 실적 회복세가 예상되지만 그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 최주선, 재무적 위기에 선택과 집중으로 위기 돌파한다
최주선 사장은 삼성SDI의 재무적 리스크 조짐에 투자범위를 정할 때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헤쳐 나가려고 하고 있다.
특히 최 사장은 삼성SDI의 북미 투자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과 합작법인 투자는 계획대로 9047억 원을 그대로 유지한다.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인디애니주에 세워지는 이 공장에는 모두 35억 달러가 투입된다.
목표 생산능력은 27기가와트시(GWh)이지만 삼성SDI와 GM은 앞으로 그 규모를 36기가와트시까지 키울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반면 헝가리를 중심으로 한 유럽 투자는 선택적·전략적 재편을 하고 있다.
최 사장은 삼성SDI가 올해 투입하기로 계획했던 헝가리 법인의 각형배터리 증설 금액을 4955억 원에서 3236억 원으로 35% 줄였다.
이런 투자 축소 배경에는 헝가리 공장의 낮은 가동률이 자리잡고 있다. 삼성SDI의 헝가리 괴드공장의 가동률은 30~40%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유럽은 주요 거대 고객사들이 있는 만큼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며 "유럽투자에도 고객사들과 긴밀한 협업을 진행하면서 원활한 생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신사업투자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라인 투자금액은 올해 150억 원, 2026년 1308억 원으로 유지했다. 이는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
최 사장 체제에서 나타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은 글로벌 시장 및 정책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세액혜택과 현지 생산의무화 정책흐름을 고려해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반면, 헝가리는 현재 가동률과 중국업체와 경쟁심화를 고려해 전략적 재편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정적 자원을 보다 전략적으로 배분하는 최 사장의 결단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보여준 '결단력' 성과 재현할까
최주선 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불도저식 결단력'으로 성과를 낸 최고경영자로 유명하다.
결단력의 대표적 사례로는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완전철수 결정이 꼽힌다.
최 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2021년 당자의 매출 급감 리스크를 감수하고 LCD 중심에서 올레드(OLED)로 완전한 전환을 밀어붙였다.
당시 삼성전자 TV사업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최 사장은 초격차 기술력을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지론을 굽히지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상반기 LCD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이는 1991년 LCD사업부 설립 뒤 약 30년 만의 결정이었다.
최 사장은 2021년 11월에는 QD-OLED 양산을 개시하면서 초기 50%에 불과했던 수율(완성품에서 차지하는 양품 비율)을 2022년 75%, 2022년 중반 85%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단 1년 만에 수율을 35%포인트 개선한 쾌거였다.
최 사장은 이밖에도 8세대 올레드 투자, 미국 올레드 기업 이매진 인수 등 중요한 의사결정 순간에 특유의 과단성 있는 경영스타일을 보여줬다.
이런 결단의 결과는 수치로 입증됐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연간 영업이익은 2020년 2조2천억 원에서 2021년 4조5천억 원, 2022년 5조9500억 원, 2023년 5조5천억 원으로 급증했다.
삼성그룹에서 최 사장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삼성SDI로 배치한 것도 그의 기술적 과단성과 미래를 읽는 힘, 그리고 빠른 실행력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1963년 태어나 부산 대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그 뒤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전자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이닉스 반도체에서 D램 설계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겨 메모리 사업부 D램 개발실장, 반도체(DS) 부문 미주 총괄을 맡기도 했다.
2020년 삼성디스플레이 대형디스플레이 사업부장 겸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2024년 말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