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매장 더 자주 찾는 이원준, 신동빈 없는 빈자리 메우기 절실함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장 부회장.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장 부회장이 현장경영을 강조하며 내실 다지기에 온힘을 쏟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구속돼 그룹 차원에서 경영 위기를 맞는 상황에서 BU장의 역할을 확대해야 하는 절박함과 맥이 닿는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하이마트 등 유통부문 계열사의 임직원들이 매장과 협력사를 찾는 횟수를 늘리고 있다.

이원준 부회장은 최근 “롯데 안팎의 어려운 환경과 상황과 관련해 활발한 현장경영을 통한 책임경영으로 난국을 해결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며 현장경영을 당부했다.

롯데마트는 ‘현장 방문의 날’을 정해 직원들이 본사 출근없이 매장이나 협력사를 찾아가도록 했다. 덕분에 상품기획자(MD)들은 더 자주 협력사를 만나 상품을 발굴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는 일주일에 5~6번은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프리미엄 상품 비중을 늘린 것도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한 현장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이원준 부회장도 3월 초부터 직접 지역 사업장을 돌며 현장을 챙기고 있다. 대구와 부산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의 롯데그룹 유통 매장들을 돌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장경영은 이전부터도 강조돼 왔지만 올해부터는 구조 자체를 현장경영에 맞게 바꾸며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현장경영을 강조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롯데그룹의 상품분야와 판매분야를 두루 거치며 ‘답은 현장에 있다’고 버릇처럼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이 다르다. 신동빈 회장이 없어 대규모 투자가 힘든 상황에서 영업상황도 회복이 더딘 만큼 현장의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고객들의 소비 트렌드를 잡아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절실함이 깔려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4.6%, 31% 줄었다. 중국의 사드보복에 직격탄을 맞았다.

신동빈 회장이 사드보복에 대응해 중국 사업 일부를 매각하고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장을 확대하는 ‘신남방정책’을 폈지만 법정구속으로 추진동력을 잃었다.

국내 유통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유통업계가 성숙기를 맞아 성장이 정체됐고 주요 기업 사이의 경쟁이 심화돼 수익 내기가 갈수록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사드보복 여파에서 벗어날 때까지 그동안 덩치 키우기에 급급했던 전략을 수정하고 수익을 내는 방향을 선택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롯데라는 브랜드 인지도로 외형 확장에 집중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정말 소비자가 원하는 것과 소비자가 불편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해 수익성을 개선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1~2월 국내 영업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백화점이 미세하지만 성장세로 돌아섰고 마트도 올해 영업이익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중국 롯데마트 매각과 동남아 진출 등 굵직한 과제도 남아 있다.

전국의 유통 현장을 돌고 있는 이 부회장의 마음이 무거울 것 같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