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 게임업계 화두 AI에 손놓지 않아, 송병준 모바일 시대 먼저 읽은 안목 다시 한번

▲ '시대를 읽는 눈'으로 컴투스홀딩스(게임빌)와 컴투스를 키워낸 송병준 컴투스 이사회 의장이 이번에는 AI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송병준 컴투스 이사회 의장은 게임의 무대가 모바일로 넘어가던 초창기, 이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 성공을 이끈 인물이다. 

송 의장은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훨씬 전인 2000년 피처폰용 모바일게임 개발사 ‘피츠넷’을 창업했고, 2001년 게임빌로 회사 이름을 바꾼 뒤 ‘놈’, ‘게임빌 프로야구 시리즈’ 등 수많은 흥행 게임들을 제작하며 게임빌을 대형 게임회사로 키워냈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의 트렌드가 바뀐 이후에도 제노니아 시리즈 등을 통해 승승장구하며 2013년에는 게임빌과 함께 ‘모바일 양강’으로 불리던 컴투스를 인수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의 커다란 성공 이후 컴투스, 그리고 컴투스의 모회사 컴투스홀딩스(옛 게임빌)는 게임업계에서 크게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최근 컴투스는 새로운 의제인 AI를 정조준하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바일 게임 트렌드를 완벽하게 읽어냈던 송 의장의 ‘시장을 보는 눈’이 다시 한 번 컴투스에 변화를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 게임업계의 화두는 AI, 컴투스도 손 놓지 않고 있다

최근 게임업계의 화두는 단연 AI다. 엔씨소프트는 자체 LLM ‘바르코(VARCO)’를 공개하고 2024년에는 아예 AI 연구를 전담하는 ‘NC AI’를 설립했으며 크래프톤은 엔비디아 등 글로벌 AI 리더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넥슨 역시 2017년 본부급으로 격상시킨 AI연구소 넥슨 인텔리전스랩스를 통해 개발, 운영 등 게임의 전 과정에 AI를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컴투스 역시 조직의 역량을 AI에 결집시키고 있다.

남재관 컴투스 대표이사는 올해 신년사에서 “AI 등 변화하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역시 놓치지 않고 있다”며 AI에 대한 컴투스의 열정을 강조했다. 

올해 3월에는 사내 AI조직 ‘AX HUB’를 신설해 AI 관련 전략 기획과 실행 역량 강화를 책임지도록 했다.

송병준 이사장 본인도 AI를 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올해 2월 한국벤처기업협회의 제12대 협회장으로 취임한 송 의장은 취임사에서 “새로운 AI 혁명 시대에 더 이상 뒤쳐지지 않도록 협회 중심으로 관련 제도의 개선, 전문 인력의 양성, 제조업을 비롯한 전 산업에서 AI 전환을 통한 경쟁력 강화, AI 네트워크 구축 등에서 민간의 역할을 다 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블록체인에서 손 떼지 않았던 컴투스, AI와 결합을 시도하다

컴투스의 AI 연구개발 측면에서 눈에 띄는 점은 바로 블록체인과 AI의 결합이다. 

컴투스와 컴투스홀딩스는 블록체인이 세계 게임시장을 강타했던 2020년대 초반 위메이드와 함께 국내 게임업계의 블록체인 연구개발을 선도했던 기업이다. 

컴투스는 AI에 주력하고 있는 다른 게임회사들과 같이 AI역량 자체를 고도화하는 데 힘쓰는 한편 자신들의 장점 가운데 하나인 블록체인을 AI와 엮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컴투스는 올해 8월 누구나 간편하게 메인넷과 AI를 연결할 수 있는 ‘MCP(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를 공개했다. 블록체인 플랫폼인 XPLA와 AI를 연계하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컴투스가 블록체인과 AI를 결합하는 시도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컴투스가 블록체인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 의장은 2021년 5월 코인원 지분 16.47%를 인수하면서 가상화페 및 블록체인과 게임을 연결하는 사업에 뛰어들었고 2022년에는 자체 토큰 프로젝트인 C2X(씨투엑스)를 시작했다. 

당시 컴투스홀딩스(옛 게임빌)에 재직하고 있던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회사 전체가 블록체인에 대한 희망에 부풀어있었다”라며 “회사 고위 관계자들이 블록체인에 관심이 아주 많다는 이야기를 직접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게임 열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국내 게임회사가 제작한 게임 가운데 시장에서 두드러진 실적을 낸 블록체인 관련 게임은 사실상 위메이드의 ‘미르4’가 유일하며, 미르4의 중심이었던 위믹스 역시 여러 논란을 겪으며 현재는 국내 주요 가상화폐거래소에서 모두 상장폐지 됐다. 

하지만 컴투스와 컴투스홀딩스는 블록체인을 포기하지 않았다. 컴투스홀딩스는 2023년 C2X를 XPLA(엑스플라)로 리브랜딩했고, 올해 3월에도 플랫폼 리뉴얼과 온램프 연동 등 관련 인프라를 보강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블록체인 열기가 시들해진 것은 맞지만 게임은 콘텐츠 사업이기 때문에 트렌드는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라며 “컴투스가 자신들의 장점 가운데 하나인 블록체인 기술력을 계속해서 발전시켜나간다면 훗날 좋은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여전한 캐시카우와 잠재력, 송병준과 컴투스 다시 한 번 저력 보여줄까

게임업계에서는 컴투스가 다시 게임업계의 중심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서머너즈워라는 확실한 캐시카우를 보유한 데다가 야구게임 라인업(MLB 라이벌, 컴투스프로야구 등)이 흥행을 이끌며 국내·해외에서 포트폴리오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컴투스는 연결기준으로 올해 상반기에 30억 원, 2분기만 보면 14억 원의 영업흑자를 내면서 6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이미 출시한지 11년이 지난 ‘서머너즈 워’는 여전히 꾸준하게 세계 시장에서 매출을 내고 있으며 스포츠 게임 매출은 프로야구 돌풍에 힘입어 올해 2분기에 2024년 2분기보다 15.7% 증가한 61억9천만 원의 매출을 냈다. 

재무상태 역시 안정적이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으로 부채비율은 54.9%로 안정 구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유동비율 역시 102.2%로 조금 빠듯하긴 하지만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당좌비율이 86.5%로 100%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컴투스홀딩스 관계자는 "블록체인 사업은 컴투스홀딩스에서 주도하고 있는데 현재 가장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은 PLAY3등의 웹3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라며 "컴투스의 AI조직은 좀 더 구체적이고 전문적으로 AI 관련 역량 강화를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