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는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세계 게임업계에서 비주류였던 ‘배틀로얄 FPS(1인칭 슈팅게임)’라는 장르를 단숨에 대세로 만든 장본인이다. 김 대표의 시선은 최근 AI에 쏠려있다. <그래픽 씨저널>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세계 게임업계에서 비주류였던 ‘배틀로얄 FPS(1인칭 슈팅게임)’라는 장르를 단숨에 대세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김창한 대표다.
그런 김 대표가 AI를 전면에 꺼내들고 다시 한 번 ‘한 수 앞’을 겨냥하고 나섰다.
◆ 게임업계 최고의 화두 AI, 펄어비스의 AI는 '게임성'에 집중
최근 게임업계에서 AI는 크래프톤 뿐 아니라 모든 게임회사들의 화두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엔씨소프트, 넥슨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게임회사들이 다들 목소리높여 AI이야기를 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각 게임회사마다 AI로 이루려는 목표가 다르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조직 운영, 개발 등에 AI를 적용하는 것은 게임회사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동일하지만 각 회사마다 AI를 대하는 '방향성'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엔씨소프트는 ‘버티컬 AI’를 통해 게임을 넘어선 신사업의 모색을, 넥슨은 ‘AI흥행예측시스템’을 통해 다양해지는 게임 이용자들의 요구사항을 게임 제작단계에서 미리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크래프톤 역시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다. 김창한 대표가 주목하고 있는 AI의 본질은 게임 본연의 경쟁력, 소위 ‘게임성’을 강화하는 일종의 조미료로서의 AI다.
김 대표는 올해 초 열린 크래프톤 정기 주주총회에서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확장 가능한 게임성을 실험 중이며, 이를 통해 혁신적 게임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며 대표적으로 인조이가 AI 적용해서 게임성을 확장하는 최초의 게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젠슨 황부터 샘 올트먼까지, 김창한 크래프톤 AI 강화 위한 움직임
김창한 대표는 AI가 게임 이용자들의 경험을 완전히 혁신시킬 수 있다는 자신의 AI 철학을 행동으로도 보여주고 있다.
올해 4월 김 대표는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를 만났다.
김 대표는 황 CEO에게 “엔비디아와의 온디바이스(기기 탑재) AI 협업을 통해 게임 특화 AI 분야에서 의미 있는 첫 제품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언급한 온디바이스 AI는 올해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5에서 크래프톤이 공개한 CPC(Co-Playable Character)를 뜻한다. CPC는 엔비디아의 에이스(ACE) 기술로 구축된 게임 특화 온디바이스 소형언어모델(SLM)을 기반으로 게임 이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캐릭터다.
이용자들이 더 이상 게임 내에서 정해진 말을 기계적으로 내뱉는 NPC(논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사람처럼 상호작용하는 NPC를 만나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올해 2월에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를 만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대화 내용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김 대표는 이 만남 이후 “오픈AI의 플래그십 모델을 비롯한 고품질 LLM을 기반으로 한 CPC 개발과 게임 특화 AI 모델 최적화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역시 AI를 통해 유저들의 게임 이용 경험을 혁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 셈이다.
◆ 크래프톤 AI의 선봉 자회사 렐루게임즈, 미메시스로 완전히 새로운 게임 보여줄까
김 대표의 AI 철학을 선두에서 실현하고 있는 크래프톤의 게임 개발 자회사도 있다. 바로 렐루게임즈다.
렐루게임즈는 올해 10월27일 얼리억세스로 새로운 게임 ‘미메시스’를 출시한다.
플레이어의 목소리와 행동을 그대로 베껴 심리를 흔드는 AI를 전면에 세운 공포 협동 게임이다.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니라, ‘AI를 재미의 핵심으로 만든다’는 김창한 대표의 전략을 실전에서 시험하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팀을 이뤄 던전과 구역을 공략하는 기본 구조는 일반적 던전 탐험 게임과 동일하지만, 이 게임의 중심에는 사람을 모사하는 AI 몬스터이자 게임의 제목이기도 한 ‘미메시스’가 있다.
이 AI는 실시간으로 이용자의 음성과 플레이 패턴을 포착해 목소리를 따라 하거나,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엉뚱한 대사를 내뱉는다. 나와 같이 있는 존재가 사람인지 기계인지 순간적으로 헷갈리게 만드는 심리적 압박이 미메시스가 주는 공포의 특별함이다.
미메시스는 2025년 6월 세계 최대 PC게임 플랫폼 스팀의 ‘넥스트 페스트’ 행사에서 데모 인기 순위 4위를 기록하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다만 한쪽에서는 AI의 행동 폭이 사람보다 제한적이어서 정체를 가려내는 난도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포의 신선함과 완성도라는 두 가지 축을 출시 단계에서 완벽하게 구현해 낼 수 있을지가 미메시스 흥행의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렐루게임즈는 이미 2024년 ‘언커버 더 스모킹 건’과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이라는 두 개의 AI 게임을 내놓기도 했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인간의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모델(LM)을 활용한 게임이다. 주어진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객관식’이었던 지금까지의 추리게임과 달리 게임 이용자가 직접 자신의 추리 결과를 적어내는 ‘주관식’ 추리 게임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은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해 적을 물리치는 게임이다. 게임 이용자는 마이크에 대고 마법 주문을 또렷하게 외쳐야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국내 유명 게임 스트리머가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서 컬트적 관심을 받기도 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창한 대표가 일관되게 내비쳐 온 메시지는 AI를 UI 보조나 운영 자동화 같은 주변부가 아니라 규칙과 심리, 상호작용이라는 게임의 심장부에 AI를 심어 넣겠다는 뜻”이라며 “그 전략의 첫 시험대가 될 미메시스는 AI가 게임 디자인의 문법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는지 가늠할 좌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