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덕주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이사의 어깨가 무겁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주력 사업인 패션 부문의 부진으로 3년 가까이 실적 후퇴를 거듭해왔다. 올해 3분기에는 낮아진 시장기대치에도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거두며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 부진에 3분기도 적자 지속, 김덕주 어깨에 앉은 실적의 무게

▲ 김덕주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이사가 패션사업 부진의 고리를 끊고 회사 실적 반등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김덕주 대표이사.


김김 대표는 자체 패션 브랜드 강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패션사업의 해외 공략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며 돌파구 모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30억 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컨센서스 617억 원과 비교해 1년 만에 79% 감소한 수치다.

증권업계에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3분기 영업손익이 낮아진 시장기대치 29억 원에도 크게 못 미치며 적자를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신세계인터내셔널이 3분기 영업손실 21억 원, 5억 원을 봤을 것으로 각각 추정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분기에도 영업손실 23억 원을 기록했다.

잇따른 분기 적자의 배경에는 매출 비중이 가장 큰 패션사업, 그 가운데도 자체 브랜드의 실적 부진이 깔려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크게 패션, 코스메틱(화장품), 생활용품(라이프스타일) 등 3개 부문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은 패션 50.6%, 화장품 31.7%, 라이프스타일 17.7%로 추정된다. 패션 사업 매출 중 자체 브랜드 매출은 약 40%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신세계인터내셔날 수입 패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증가한 반면 자체 패션은 6~7% 역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 자체 패션 사업 매출이 감소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국내 소비심리 위축과 고물가 등의 복합적 영향으로 고가 수입 브랜드는 실적이 좋지만 자체 브랜드는 역성장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덕주 대표는 9월 신세계그룹 인사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에 내정된 뒤 곧바로 대표 임무를 시작했다. 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1부문에 서민성 대표, 코스메틱2부문에 이승민 대표, 자주(라이프스타일) 부문에 김홍극 대표를 각각 선임하며 4인 대표 체제를 출범했다. 패션·뷰티·라이프 각 부문에 전문성을 더해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승부수라는 평가다.

김 대표는 총괄 대표로서 전사 실적 개선을 이끄는 동시에 패션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3년부터 내수 소비 위축과 해외 패션 브랜드 계약이 잇따라 종료된 영향을 받아 3년 가까운 실적 부진의 터널을 걸어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기존 강점을 가진 수입 브랜드를 넘어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제고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됐다.

김 대표는 자체 패션 브랜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는 동시에 패션사업 해외 확장에 시동을 걸며 반등의 기회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가을·겨울(F/W) 시즌을 끝으로 자회사 신세계톰보이 여성복 브랜드 ‘지컷’의 백화점 사업을 중단하고 젊은 층을 겨냥한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 등 방향성을 전면 재검토한다. 

또 신세계톰보이의 주력 브랜드 ‘스튜디오톰보이’와 캐주얼 여성복 ‘보브’는 내년 전면 리브랜딩을 단행하고 신규 고객 창출에 나선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자체 브랜드 가운데 경쟁력 있는 브랜드에 적극 투자하고 타깃 층이 중복되는 효율성 낮은 브랜드는 전략 방향을 재검토할 것”이라며 “자체 브랜드 디자인과 상품경쟁력을 끌어올려 내년부터는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 부진에 3분기도 적자 지속, 김덕주 어깨에 앉은 실적의 무게

▲ 신세계인터내셔날 싱가포르 팝업스토어 현장. <신세계인터내셔날>

김 대표는 내수시장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패션사업 해외 확장에도 본격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996년 유명 해외 패션 브랜드를 수입해 국내 유통하는 사업으로 출발한 회사로 경쟁력 있는 다수의 수입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패션 사업에서 자체 브랜드를 앞세운 해외 매출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싱가포르 3대 쇼핑몰 중 하나인 파라곤 쇼핑몰 중앙 광장에서 창사 이래 최초로 해외 팝업스토어를 열고 스튜디오톰보이, 보브, 맨온더분 등 자체 패션 브랜드를 선보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K-패션과 K-뷰티를 적극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유니레버, 마스, 샤넬 등 글로벌 기업을 거쳐 2017년 신세계에 합류해 럭셔리 패션과 뷰티를 아우르는 주요 사업을 폭넓게 맡아왔다. 2023년부터는 해외패션본부장을 맡아 글로벌 네트워크와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앞장섰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