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환경·금융 전문가 '녹색국채' 놓고 의견 팽팽, 배출권 가격 인상은 '만장일치'](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9/20250911143107_106847.jpg)
▲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이 11일 국회에서 '기후재정,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은 이렇게 말하면서 한국 정부가 기후대응 재원 확보를 위한 한 수단으로 '녹색국채'를 발행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전환연구소와 이로움재단이 참여하는 기후재정포럼은 11일 국회에서 '기후재정,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녹색국채였다.
녹색국채는 사용 목적을 친환경 국책사업으로만 좁힌 채권을 말한다. 사회, 환경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이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아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이 때문에 녹색국채가 남발되지만 않는다면 일명 '그리니엄(그린 프리미엄)' 효과가 발생해 정부는 일반 국채 대비 낮은 금리로 친환경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최 팀장은 "국채 발행은 남발하면 안되는 것이지만 미래에 기후위기로 더 큰 피해가 돌아올 것을 감안하면 아낄 필요도 없다"며 "실제로 많은 국가들이 이같은 논리로 녹색국채를 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2020년부터 '녹색 연방 증권'을 발행해 2024년까지 732억5천만 유로(약 120조 원)를 조달해 교통, 에너지, 산업 전환 작업에 투자하고 있다. 옆나라 일본도 녹색전환(GX) 추진전략의 일환으로 20조 엔(약 195조 원) 규모 GX경제이행채를 특수 국채로 발행해 탈탄소화 사업 자금으로 조달하고자 하고 있다.
허경선 한국 조세재정연구원 아태재정협력센터장도 녹색국채 발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허 센터장은 "녹색국채는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내보이고 해당 부문을 향한 추진을 공개적으로 홍보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여기에 국내 채권시장의 성장도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녹색국채는 지정된 목적을 갖고 발행하는 만큼 이를 관리하고 감시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녹색국채가 사용 목적에서 어긋난 곳에 사용된다면 정부가 '그린워싱(친환경 포장행위)'를 자행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허 센터장은 "대표적으로 중국이 발행한 녹색국채들이 이런 문제를 겪었다"며 "그린워싱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인증, 사후 모니터링, 보고서 발행 등 노력을 다년간 유지해야 하다 보니 시간과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는 점은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환경·금융 전문가 '녹색국채' 놓고 의견 팽팽, 배출권 가격 인상은 '만장일치'](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9/20250911143147_117721.jpg)
▲ 위성곤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기후재정,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 교수는 이어 "또 국채 발행은 미래세대로의 부담을 전가하는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본 채권처럼 상환재원을 명시해 미래세대로 무분별한 전가를 방지하고 책임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녹색국채 발행이 실질적으로 낼 수 있는 재원 조달 효과가 매우 적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왔다.
배진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녹색국채는 녹색이기 이전에 국채이기 때문에 정부의 차입규모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차입 규모에 제약을 받는다는 것은 결국 다른 모든 예산과 경합 관계에 있다는 것을 뜻하기에 녹색 지출이 기존에 정부 지출에서 차지하던 비중 이상으로 늘어나기 어렵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배 연구위원은 이어 "실제로 녹색국채를 발행한 해외 사례를 보면 녹색국채와 일반 국채 발행 자금 모두 동일한 국고로 귀속돼 서로 경합 관계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국채 발행에 이견을 보인 전문가들도 기후재원 조달의 핵심이 되는 배출권거래제를 정상화하는 작업만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배 연구위원은 "녹색국채를 발행하는 국가들은 이미 높은 탄소 가격을 부과하고 있다"며 "높은 탄소가격을 부과하는 것이 최우선과제"라고 강조했다.
최 팀장도 "앞서 환경부가 차기 배출권거래제 운영기간 동안 발전부문 유상할당 비중을 5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해 반발이 매우 심한 상황"이라며 "산업계는 부담이 심하다고 이에 반발하고 있는데 저희 생각으로는 충분히 100%도 감당 가능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녹색전환연구소가 자체 분석한 결과 2030년까지 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100% 높이면 산업계가 지게 되는 전기요금 부담은 약 4조 원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를 환산하면 제조업 매출 대비 0.2% 미만, 영업이익 대비 2.9~3.2% 수준에 그친다.
최 팀장은 "석유화학 같은 산업이 애초에 위기를 겪는 이유는 에너지 가격 때문이 아닌 산업 구조의 문제"라며 "전기료 인상 반대 근거로 활용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가계 지출 부담도 우려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파악됐다. 2030년 100% 유상할당이 실현된다고 가정하면 가구당 월평균 전기요금은 약 4천 원 인상되는 것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최 팀장은 "이는 앞서 기후정치바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국민들이 감내할 수 있다고 밝힌 인상치 1만 원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 참석한 의원들은 이번 세미나에서 나온 의견들을 의정활동에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위성곤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온실가스 감축과 이를 뒷받침할 재정"이라며 "앞으로 민주당 정부는 시장이 느끼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녹색 투자가 가능한 상황을 조성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한 재정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