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시위를 자주 하면서도 왜 정작 얻어낸 건 별로 없는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한국인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촛불집회를 한 덕분에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지만 민주주의의 승리는 아니다”며 “박근혜 대통령 이후에도 부패한 지도자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정경유착 고리가 끊어지지 않으면 시위는 그냥 또 시위로만 끝나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언론 "한국인은 시위 자주 해도 왜 얻는 게 별로 없나"  
▲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열린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뉴시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수십년 동안 서울에서 수만 건의 시위가 있었지만 구조적인 개혁은 거의 얻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 냄비근성, △ 법이나 정견 위에 존재하는 ‘감성’ △ 각종 인연으로 맺어진 관계들 등을 꼽았는데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로 '뿌리 깊은 정경유착'을 지목했다.

이 매체는 한국인의 시위가 문제의 뿌리까지 들어내지 못해 부패한 대통령이 계속 탄생했다고 파악했다. 1960년 4월 혁명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하야했지만 권좌는 결국 더 나쁜 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대체됐고 1987년 민주화 시위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반대했지만 결국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촛불집회는 박근혜 대통령을 벼랑 끝까지 내몰았지만 앞길은 다시 어두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삼성그룹의 수익이 한국 GDP의 20%를 넘는다는 단적인 예에서 드러나듯 한국의 재벌은 경제에서 특권화된 자리를 지켜줄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기부를 한다”며 "이런 문제야 말로 삶의 수준이 높아지는데도 한국인들이 왜 시위를 전보다 더 많이 하는지를 설명해 준다"고 분석했다.

이런 문제는 한 부패한 정치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정치인들이 계속 나오도록 하는 네트워크라고 이 매체는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인들은 불굴의 정신으로 지금까지 이보다 훨씬 더한 장애물도 이겨냈지만 또다시 후퇴하지 않기 위해서는 박근혜의 퇴진 이후까지 볼 줄 알아야 한다”며 "부패의 뿌리는 깊고 튼튼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