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종의 멀리 보기, LG전자 자율주행차 부품 수주 확대 발판 마련

이우종 LG전자 VC사업본부 사장이 2016년 10월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6 한국전자산업대전 GM 모빌리티 컨퍼런스’에서 LG전자의 전장부품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자동차는 전자제품이 아니다. 4~5년 이상 길게 봐야 한다."

이우종 LG전자 VC사업본부 사장은 스마트폰사업부 등 다른 사업부에서 넘어온 직원들에게 이렇게 강조한다. 멀리 보며 밀고 나가는 우직함을 첫 번째 미덕으로 꼽는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 사장은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등 차세대 자동차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LG전자의 VC사업본부장을 맡을 때부터 기술 개발을 추진해왔는데 최근 성과를 거두고 있다.

LG전자 VC사업본부는 최근 글로벌 인증기관 TUV라인란드로부터 자율주행차 부품 생산공정의 안전성을 인증받으면서 향후 자율주행차 부품 수주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증은 LG전자의 자율주행차 부품 개발과 생산 과정으로 제작된 부품이 1억 시간 이상 사용에도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한다는 의미다.

LG전자는 전기차부품을 놓고 같은 인증을 받고 이듬해 GM의 전기차 부품을 수주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올해 6월 메르세데스-벤츠로부터 전기차용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부품을 수주했고 10월에는 반도체기업 퀄컴과 손잡고 자율주행차용 통신부품 개발에 협력하기로 하는 등 자율주행차부문에서 역량 강화에 힘 쏟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라인란드의 생산공정 안전성 인증과 전기차부품 수주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하지만 부품 안전성에 신뢰도를 높인 만큼 이번 자율주행차 기능성 인증을 통해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수주전에서 유리한 위치에 오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2013년 LG전자의 VC부문 사장에 오르면서 장기적 안목으로 자율주행차와 친환경차 부품 개발에 집중했다.

당장 눈앞의 성과에 매달려서는 보쉬와 콘테넨탈 등 글로벌 부품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회사들과 경쟁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전기차 구동장치, ADAS 카메라 등 현재 주요 완성차회사에 공급하고 있는 제품들의 기획부터 개발, 생산까지 전 분야에 걸쳐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4년이 지난 지금 전세계 완성차회사들이 전기차 모델을 늘리고 자율주행차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면서 이 사장의 ‘멀리보기’ 전략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이 전기차 배터리,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ADAS용 센서 등 차세대 자동차부품 수직계열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LG전자는 자동차 부품 수주전에서 경쟁사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을 수주하는 데 있어서 계열사의 시너지 효과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1956년 태어나 산업공학으로 서울대에서 학사를, 카이스트에서 석사를 미국 미시간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1989년 대우자동차(현 한국GM)에서 일하며 연구개발과 영업까지 전 분야를 두루 거친 뒤 2001년 LG그룹으로 옮겨 LG전자의 전장부품 사업 초기부터 함께해 왔다.

LG전자가 2013년 신사업으로 전장부품을 내걸고 관련 사업부를 하나로 통합해 VC사업본부를 출범했을 때 사장으로 임명돼 지금까지 이끌어오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 사장은 VC사업본부가 생길 때부터 본부장을 맡아왔는데 VC사업본부의 방향을 볼 때 차세대 자동차사업에서 발전 가능성을 일찍이 내다보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