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부회장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의 공정 포트폴리오를 미래차 및 친환경차용 반도체로 넓히는 데 힘쓰고 있다.

DB하이텍은 현재 파운드리공장을 완전가동하고 있다. 최 부회장이 새로운 공정을 통해 고객사를 더 많이 확보해 공장 증설에도 나설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DB하이텍 차세대 전력반도체 연구, 최창식 고객사 확보해 증설하나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부회장.


29일 DB하이텍에 따르면 실리콘카바이드(SiC)웨이퍼와 질화갈륨(GaN)웨이퍼 등 신소재 웨이퍼에 기반을 둔 전력관리반도체(PMIC)의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신소재 웨이퍼를 활용한 반도체가 업계에서 주목받는 만큼 새 성장동력을 발굴한다는 차원에서 파운드리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가지 신소재 웨이퍼는 현재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실리콘(Si)웨이퍼보다 전압을 견디는 능력(내전압성)과 열을 견디는 능력(내열성)이 높아 차세대 웨이퍼로 여겨진다.

국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이 차세대 웨이퍼 생산설비 증설에 5년 동안 7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는 등 세계적으로 투자도 늘고 있다.

최근 완성차회사들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의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차량용 전력관리반도체도 내전압성과 내열성이 갈수록 크게 요구돼 실리콘카바이드웨이퍼와 질화갈륨웨이퍼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최창식 부회장도 차세대 전력관리반도체 공정을 통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용 수요를 공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DB하이텍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일반 완성차용 반도체뿐만 아니라 3D 센싱모듈용 이미지센서와 같은 자율주행차용 반도체의 공정을 이미 확보해 뒀다.

차세대 전력관리반도체 공정까지 보유할 수 있다면 주요 차량용 반도체를 다양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강점을 앞세워 더 많은 차량용 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위탁생산회사)들을 고객사로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DB하이텍이 고객사 확대에 따라 늘어나는 주문을 감당할 수 있느냐다.

DB하이텍은 경기도 부천(부천 공장)과 충청북도 음성(상우 공장)에서 2개 파운드리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두 공장의 가동률은 부천 공장이 99.63%, 상우 공장이 98.15%로 사실상 완전가동체제다.

DB하이텍 주력사업은 8인치 웨이퍼를 활용하는 파운드리(8인치 파운드리)사업인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8인치 파운드리의 생산능력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가 파운드리 생산능력 부족이 크게 나타나는 대표적 분야다.

DB하이텍은 2019년부터 파운드리공장의 완전가동체제를 지속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들어서는 기존 고객사들도 반도체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DB하이텍에 증설을 꾸준히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도체업계에서는 최 부회장이 새 공장을 짓거나 라인을 늘리는 증설을 결정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최 부회장은 생산과정에서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구간을 효율화하는 방식(디보틀넥킹)으로 DB하이텍의 반도체 생산능력을 키워 왔다.

DB하이텍은 생산능력이 2015년 말까지만 해도 월 웨이퍼 10만 장 규모였는데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는 월 웨이퍼 13만8천 장 규모로 확대됐다.

다만 병목공정을 효율화하는 것만으로 생산능력을 늘리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최 부회장으로서는 증설의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DB하이텍은 병목공정 보완투자에 따른 생산량 확대가 2022년 하반기에 대부분 일단락된다”며 “상우 공장의 증설 추진 여부에 따라 2023년 이후의 생산량 확대와 관련한 방향성이 정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최 부회장은 DB하이텍의 증설 가능성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 왔다.

최 부회장은 지난 2월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DB하이텍 연매출이 1조 원이 안 되는데 새로운 파운드리 라인을 증설하려면 1조 원이 넘는 투자를 해야 한다”며 “투자는 내부 실력을 축적하고 내공을 쌓은 뒤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부회장이 언급한 ‘내공’이 DB하이텍에 점차 쌓여가는 것으로 보인다.

DB하이텍은 올해 연결기준 매출 1조1751억 원, 영업이익 360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25.6%, 영업이익은 50.4% 증가하는 것이다.

8인치 파운드리는 차량용 반도체뿐만 아니라 웨어러블기기나 사물인터넷 등 여러 성장시장에서 반도체 수요가 발생하는 만큼 생산능력 부족상태가 금방 끝나지 않을 것으로도 전망된다. 이는 DB하이텍의 실적 증가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최 부회장도 앞서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8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는 부족현상이 지속될 것이다”며 “8인치 파운드리의 가격 상승도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