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하반기 ‘아이폰8’ 출시를 앞두고 주요 부품수급과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이 공급하는 3D센서와 연성기판 등 새 부품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아이폰 핵심부품을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 애플이 도시바나 LG디스플레이와 같이 LG이노텍에 생산투자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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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석 LG이노텍 사장. |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6일 “LG이노텍이 미국 스마트폰 고객사의 신제품에 공급하는 부품종류가 이전보다 크게 늘어났다”며 “라인업 다변화가 강력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8에 듀얼카메라에 이어 3D센서 모듈과 올레드패널용 연성기판, 디스플레이 부품인 칩온필름 등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카메라모듈 공급에 대부분 의존했지만 점점 주요부품의 핵심적 협력사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애플이 아이폰8에 지문인식모듈을 완전히 제외하고 3D센서를 통한 얼굴인식만 지원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며 LG이노텍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애플은 아이폰8의 디자인 변화에 맞춰 지문인식기능을 제품 뒷면 또는 디스플레이와 일체형으로 탑재하기로 했지만 결국 빼기로 했다”며 “도박을 건 셈”이라고 보도했다.
스마트폰 앞면 전체를 화면으로 채우는 ‘베젤리스’ 디스플레이가 유행하며 글로벌 스마트폰업체들은 기존에 홈버튼에 적용되던 지문인식센서의 위치선정을 가장 큰 고민으로 안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8과 LG전자 G6은 지문인식모듈을 제품 뒷면에 넣었는데 사용이 불편하고 디자인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애플도 이 방식을 검토했지만 결국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기능이 해답으로 꼽혔지만 아이폰8 양산시기가 다가오자 부품업체들이 원활한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 아이폰8의 출시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애플은 결국 아이폰8에 새로 탑재하는 얼굴인식을 완전히 지문을 대체할 수 있는 보안기능으로 사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디자인 경쟁력과 예정된 출시시기를 모두 지키기 위한 결정인 셈이다.
포브스는 “아이폰8의 얼굴인식이 소비자를 만족시킬 충분한 기술력을 갖췄다면 스마트폰시장 판도를 바꿔낼 혁신이 될 수도 있다”며 “위험성이 크지만 용감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은 아이폰8에 적용하는 디자인 변화를 내년부터 다른 모델까지 확대해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경우 얼굴인식을 담당하는 3D센서 모듈의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은 이미 애플에 공급물량을 맞추기 위해 상반기에 2700억 원 규모의 3D센서 카메라모듈 생산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가 늘어날 경우 더 적극적인 생산투자가 필요하다.
아이폰8에 새 기능이 적용될 경우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이전과 같이 적극적으로 애플의 뒤를 따라 LG이노텍의 관련부품 수급을 강력하게 추진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LG이노텍의 자금여력과 투자부담이 걸림돌로 꼽힌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이 애플 부품공급을 늘리려 설비투자에 나선 것은 영업이익 규모와 비교할 때 다소 부담이 크다”고 바라봤다.
애플이 이런 상황에서 아이폰의 핵심부품으로 자리잡은 3D센서 등을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 LG이노텍에도 직접 생산투자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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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애플은 이전부터 여러 글로벌 부품업체에 직접 생산투자를 지원하고 부품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이어왔다. 최근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참여하는 것과 LG디스플레의 중소형올레드 생산에 최대 3조 원의 투자를 검토중으로 알려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경우 LG이노텍 입장에서도 투자부담을 덜고 애플이라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LG이노텍은 기존 주요고객사인 LG전자의 스마트폰 부진으로 새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3D센서 모듈은 생체인증뿐 아니라 애플이 생태계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는 증강현실기술에도 사용된다. 독점공급사로 자리잡은 LG이노텍과 협력이 더 강화될 공산이 크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아이폰8의 3D센서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기술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삼성전자 갤럭시S8의 홍채인식과 경쟁한다는 의미도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