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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
동국제강이 실적반등에 성공하며 오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장세욱 부회장은 ‘구조조정’과 ‘소통’을 경영의 두 축으로 삼아 동국제강의 정상화를 이끌고 있다.
◆ 장세욱, 동국제강 위기에서 건져내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이 지난해 순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재도약을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동국제강은 2016년 매출 5조66억 원, 영업이익 2570억 원, 순이익 1143억 원을 올렸다. 2015년보다 매출은 12.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2.7% 늘었고 순이익을 내 5년 만에 흑자전환했다. 고부가가치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개편하면서 매출이 줄었지만 수익성은 개선됐다.
동국제강의 실적개선은 장세욱 부회장의 치열한 구조조정이 밑바탕이 됐다. 장 부회장은 2015년 단독대표에 오른 뒤 동국제강의 구조조정에 속도를 냈다.
동국제강은 계속된 적자로 유동성 위기에 처하며 2014년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을 정도로 위기상황을 맞았다.
장 부회장은 주력사업이었던 후판사업을 축소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경쟁회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철강소재(슬래브)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지만 동국제강은 이를 외부에서 조달해온 만큼 가격경쟁력이 뒤쳐졌다.
장 부회장은 2015년 8월에 포항 2후판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당진공장 1기의 가동률을 높여 제품단가를 낮췄다. 2011년 동국제강 전체 매출에서 후판사업 비중은 46%를 차지했으나 2016년 13%까지 떨어졌다.
후판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수익성이 좋은 냉연, 봉형강 제품을 위주로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건설과 가전제품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봉형강과 내연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비핵심자산도 과감하게 처분했다. 2015년 애착을 보였던 본사사옥 ‘페럼타워’와 포스코주식 등 상장주식을 처분해 5천억 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국제종합기계, DK유아이엘을 총 1816억 원에 매각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조기 졸업하는데 성공했지만 장 부회장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장 부회장은 올해 1월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본사사옥, 자회사, 주식까지 팔 수 있는 건 다 팔았지만 구조조정이 끝났다고 할 순 없다”며 “어느 설비를 줄이고 늘릴지를 결정해 제품생산을 효율화해야 하는 작업이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장 부회장은 올해 안에 포항 2후판공장을 매각하기 위해 현재 2곳과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다. 반면 고부가가치제품인 컬러강판의 생산은 늘리고 있다. 지난해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증설하기 시작했는데 올해부터 연간 약 10만 톤의 컬러강판을 추가로 생산하게 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동국제강은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철강시장의 변화를 미리 준비했기 때문에 실적반등에 성공한 것”이라며 “올해도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장세욱, ‘소통경영’ 강조
장세욱 부회장은 3세경영인으로서 뒤늦게 동국제강의 경영에 참여했다.
장 부회장은 고 장상태 전 동국제강 회장의 차남인데 형 장세주 회장이 오랫동안 경영수업을 받은 것과 달리 육군사관학교에 졸업해 10년 동안 군인으로 복무했다. 1996년 소령으로 예편한 뒤 동국제강 기획조정실 과장으로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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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제강의 당진공장. |
2015년 장세주 회장이 개인비리로 경영에서 물러난 뒤 동국제강의 단독대표를 맡았는데 회사 내부에서는 장 부회장이 유니온스틸에서 낸 성과를 믿어 경영공백을 걱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회장은 대표를 맡은 뒤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임직원들이 서로 정서적이나 업무적으로 소통을 해야 구조조정의 방향이 공유되고 반발감도 상쇄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 부회장은 각 팀별로 돌아가며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직원들과 자주 ‘번개모임’도 열고 영화를 감상하는 등 철강업계의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수평적인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사무실 구조도 개선했는데 현재 동국제강의 본사는 모든 사무실에 ‘스마트오피스’ 개념을 도입해 칸막이를 없애고 직원들이 아침마다 원하는 자리에 자유롭게 앉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동국제강의 빠른 경영정상화에는 선제적구조조정이 큰 역할을 했지만 장 부회장의 소통경영도 한몫 했다”며 “소통을 통해 그동안의 대규모 구조조정도 흔들림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 부회장은 올해 1월 5년 만에 직원들에게 기본급 10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며 실적개선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동국제강 창립 62주년 행사에서 ‘열심히 해 성과를 내면 그에 따른 보상을 반드시 주겠다"고 말했는데 이 약속을 지킨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