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택공사는 종합등급과 주요사업에서는 낙제점인 D등급을 받았지만 경영관리에서는 C등급을 받으며 성과급 25%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경영관리지표 가운데 윤리경영에서는 최하등급인 ‘아주미흡(E)’등급을 받았고 리더십, 조직・인사, 재난・안전 등 주요지표에서도 낮은 등급인 ‘미흡(D)’등급을 받았지만 일자리 창출 등 다른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경영관리지표에서 C등급을 받은 것이다.
정부가 6월7일 내놓은 토지주택공사 혁신방안을 보면 토지주택공사는 2020년 이전에 발생한 비위행위의 수사결과에 따라 비위가 확인된 해당년도 평가결과를 최하등급으로 수정해 이미 지급한 성과급을 환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관련한 성과급은 정해진 규정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이 제기되자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투기의 책임을 물어 임원들에게는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고 직원들도 경찰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성과급 지급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앞으로 윤리경영 비중을 높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18일 열린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올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두고 “토지주택공사 땅투기 사태를 계기로 윤리경영과 관련된 공공성을 대폭 강화해 엄정 평가했다"며 "공공기관 전반의 공직윤리 강화방안을 올해 안에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6월28일 내놓은 2021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윤리경영 평가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기업계에서는 현재 3점에 불과한 윤리경영 점수를 6점까지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렇게 윤리경영의 배점을 높인다고 해도 토지주택공사처럼 비리를 저지른 공기업이 다른 평가를 잘 받으면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평가체계가 짜여져 있어 단순히 윤리경영 비중을 높이는 수준이 아니라 전반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관련해 공공기관의 고유 목적과 공공성 강화 활동에 초점을 맞춰 전면개편돼야한다고 주장한다.
공공운수노조는 6월21일 성명을 내고 “단기성과와 수익성 중심의 평가제도로 오히려 공공기관 본연의 고유목적사업과 공공성 강화활동을 소홀하게 만들고 있다”며 “오로지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일률적으로 정해진 각종 평가지표에만 맞춰 기관을 운영하게 돼 평가가 기관의 존재목적을 지배하는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기획재정부가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큰 틀은 2007년에 만들어진 이후 크게 바뀌지 않았다”며 “성과급과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연개돼 공공기관들이 평가를 위한 평가에 매달리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성과급과 평가제도를 분리하고 현재 기획재정부가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는 공공기관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윤리비중을 높이겠다고 하는 방침이 의미가 없지는 않다”면서도 “현재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공공기관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려우며 실질적으로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관점에서 평가기준을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