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이 정유업황의 어려움 속에서도 연말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까?
강 사장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2분기 연속 영업흑자가 예상되는데다 화학설비 투자와 주유소 활용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어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나온다.
12일 정유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19로 정유업황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현대오일뱅크가 2분기 정유4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흑자를 낸 데 이어 3분기에는 2분기보다 7배 넘는 영업이익 1천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강 사장의 임기는 2021년 3월26일까지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1월 중순에 임원인사를 진행해 강 사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강 사장이 정유 불황 속에서도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일찍부터 비정유사업 비중을 늘리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성과를 올렸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임기 첫 해인 2019년 롯데케미칼과 합작법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중질유 분해설비(HPC)를 짓기로 결정하며 비정유부문의 비중을 높이는 데 공을 들여왔다.
강 사장은 “HPC 프로젝트가 사업 다각화를 통한 종합 에너지기업 비전을 달성하는 데 역사적 획을 그을 것”이라며 “현대오일뱅크의 비정유부문 영업이익 비율은 2017년 33%에서 2022년 45%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케미칼 외에도 현대코스모, 현대OCI 등 여러 합작사를 세워 석유화학사업의 비중을 늘려왔다.
이에 따라 원유 정제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나프타를 화학사업에 투입해 원가를 절감함과 동시에 화학사업 비중을 높여 정유사업의 업황 리스크를 관리하는 효과를 봤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런 성과로 2분기 다른 정유3사와 동일하게 정유부문에서는 영업손실을 냈지만 석유화학사업에서 영업이익을 거두며 정유사업의 적자를 보전했다. 정유사업 영업손실 규모는 186억 원이며 석유화학사업 영업이익 규모는 323억 원이다.
앞서 강 사장이 추진한 HPC 프로젝트는 2021년 완공되는데 중요한 투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라는 점도 강 사장을 교체할 만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강달호 사장은 현대오일뱅크의 본업인 정유부문에서도 다른 정유사와 비교해 영업손실폭을 크게 줄이는 성과를 냈다.
강 사장은 코로나19로 나빠진 정제마진을 개선하기 위해 저가의 초중질원유인 멕시코산 마야유의 투입을 늘리고 탈황설비 증설투자를 이어가며 고도화율(고부가 석유제품 생산비율)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이에 따라 초중질원유 처리량은 기존 하루 14만 배럴에서 하루 16만 배럴로 늘었으며 4분기 초중질원유는 중동산 중질유보다 배럴당 8.4달러 저렴할 것으로 예상됐다.
강 사장은 또한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자 항공유 대신 경유 생산을 늘려 대처하는 등 30년 넘는 현장 경험을 발휘하며 코로나19에 따른 위기 대처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 사장은 기존 주유소 사업의 다변화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6월 SK네트웍스 주유소 279개 인수를 마무리해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한 전기차와 수소차 및 플랫폼 사업을 확대할 기반을 마련했다.
앞서 8일 전기차충전소를 2023년까지 200개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정책에 발맞춰 연도별 수소충전소 구축 청사진도 마련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에도 현대자동차 및 다른 정유3사와 함께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도 쿠팡과 함께 주유소 유휴공간을 활용해 세차, 물류 등 다양한 신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강 사장체제에서 현대오일뱅크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는 점은 연임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 사장이 취임한 뒤 현대오일뱅크 부채비율은 2018년 129.2%, 2019년 136.3%, 올해 상반기 169.5%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 부채비율의 증가는 달갑지 않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19년 4월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인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매각하며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자금 마련책으로 현대오일뱅크 상장 이야기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강 사장의 어깨는 무겁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강 사장의 임기와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