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실적 부진에도 격려금을 주기로 하면서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서 SK하이닉스 노조의 힘이 사실상 성과급을 지켜낸 것으로 보는 시선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내부에서 노조에 가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와 주목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금 지급이 확정된 뒤 불만을 보이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적지 않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이 더 많은 배려를 받고 있다고 느껴진다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영업이익이 2조7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87% 급감하면서 이번에 직원들에게 성과급인 이익분배금(PS)을 지급하기 않기로 했다.
하지만 직원 사기 등을 고려해 ‘미래성장 특별기여금’이라는 명목으로 월 기본급의 400%를 격려금 조로 주기로 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봉의 50%였던 반도체사업부의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이번에 연봉의 29%로 삭감한 것과 비교돼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SK하이닉스 지급하기로 한 격려금은 4달치 기본급으로 개인차가 있겠지만 삼성전자 직원들이 성과급으로 받는 석달치 급여에 크게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직원들은 회사쪽의 성과급 책정에 합리성이 부족하고 직원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고 있지 않다는 점을 서운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반도체 호황으로 두 회사가 역대 최고 실적을 냈을 때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많은 성과급을 지급했다.
SK하이닉스가 2019년 초 지급한 성과급은 이익분배금과 특별기여금 등 월 기본급의 1500% 수준이었다.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도 연봉의 50%를 지급했지만 총액에서 대체로 SK하이닉스가 앞섰다.
SK하이닉스는 생산성격려금(PI)도 상반기와 하반기 한 차례씩 지급해 삼성전자가 반기별로 지급하는 목표달성장려금(TAI)과 비슷하다. 지난해 두 회사 모두 100%를 '장려금'과 '격려금'으로 지급했는데 총액에서 차이가 날 수 있지만 드러난 외형은 같았다.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는 이런 사례들이 노조의 역량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실적이 SK하이닉스보다 좋았음에도 그에 걸맞는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한 것이 노조의 '실질적 부재' 때문이라는 것이다.
SK하이닉스 격려금 지급이 알려지기 전에도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가 성과급 29%를 받게 돼 '최고 성과급' 타이틀을 네트워크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38%)에 내주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직원들도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한 직원은 “회사도 나름의 목표가 있었겠지만 여전히 반도체사업은 전사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내는 핵심사업”이라며 “네트워크나 영상디스플레이보다 적은 성과급을 받은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들은 2019년 반도체사업 영업이익은 2017~2018년에 미치지 못할 뿐 50%의 성과급을 받았던 2016년 이전보다 더 많았다며 올해 성과급의 대폭 삭감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전보다 많은 이익을 냈음에도 성과급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성과급을 향한 불만이 삼성전자 노조 가입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하이닉스 직원 처우가 좋은 이유를 노조의 활동에서 찾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국모 SK하이닉스 노조위원장은 올해 회사의 특별기여금 지급과 관련해 조합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노조가 나름 역할을 했음을 내보였다.
강 위원장은 “초과이익 배분이 어렵게 된 부분은 아쉽지만 성과를 바탕으로 특별기여금 400%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며 “조합원 여러분의 노력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로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는 2019년 11월 출범할 때 최우선 과제로 급여와 성과급의 기준을 명확히 따지겠다고 밝혔다. 노조가 SK하이닉스를 비교대상으로 삼아 성과급 문제를 거론하면서 조합원 모집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이미 삼성전자 노조는 SK하이닉스의 복지제도를 비교대상으로 제시하면서 조합원 가입을 독려했다. 29일 조합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SK하이닉스의 휴직제도, 임금피크제, 장기근속 포상 등 복지제도를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노조가 보낸 이메일을 임의로 일괄 삭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명을 통해 “법으로 보장된 노조 활동을 탄압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성과급을 향한 불만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에서도 노조 조직화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9일 초과이익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노조 설립을 준비하는 단체채팅방이 개설됐다. 현재 14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