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은산분리 완화 움직임에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지분을 늘리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13일 업계에서는 은산분리가 완화된다면 KT는 케이뱅크 키우기를 적극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KT는 정부의 은산분리 완화 방침에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KT는 2017년 4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설립을 주도했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정에 막혀 케이뱅크 지분을 10%밖에 확보하지 못해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은산분리 원칙이란 은행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막는 규제를 말한다.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지분을 최대 10%까지만 소유할 수 있고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인터넷은행에 한정해 은산분리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KT는 크게 반기고 있다.
KT는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은산분리 완화의 필요성을 들자 “은산분리 완화에 힘이 실리면서 분위기가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조속한 법안 처리로 은산분리가 완화된다면 케이뱅크는 중금리 대출 등 포용적 금융뿐 아니라 혁신적 서비스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 산업자본이 은행자본의 지분을 34%까지 보유하도록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안이 발의돼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케이뱅크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보하고 KT는 지분율을 늘려 케이뱅크의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케이뱅크는 현재 자본이 부족해 대출상품 판매를 두 차례나 중단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업계 1위인 카카오뱅크와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추가증자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며 “은산분리가 완화되면 KT는 케이뱅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케이뱅크 키우기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산분리가 완화되더라도 KT는 원칙적으로 향후 3년 동안 케이뱅크 지분율을 확대할 수 없다. KT는 2016년 공정거래법 위반(담합)으로 벌금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은행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 10%를 초과해 보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때 최근 5년 동안 금융 관련 및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다만 금융위가 법령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하면 예외적으로 승인해줄 수 있다.
KT 관계자는 “과거 은행, 증권, 보험사들의 유사한 사례가 경미하게 판단된 적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사안이 심각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향후 특례법 논의 과정에서 이런 문제를 유연하게 해석해줄 수 있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KT가 케이뱅크 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케이뱅크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7월 말 기준 고객 수가 77만 명으로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의 고객이 633만 명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대출 잔액도 1조1300억 원으로 카카오뱅크의 6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은산분리 완화가 장기적으로 보면 인터넷은행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당장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요인이 아니다”며 “규제가 완화돼도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를 따라잡기는 버거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