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의 희망퇴직 규모를 늘려 신규 채용을 확대하는 ‘세대 사이 빅딜’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들은 오랜 문제였던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깨뜨릴 기회로 삼고 있지만 신규 채용이 그만큼 늘어날지 여부를 놓고서는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 KB국민은행(위부터),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의 기업로고.<연합뉴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대규모 희망퇴직를 실시하면서 책임자들이 행원급보다 더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 깨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2016년 이후 2년 만에 준정년 특별퇴직을 실시해 7월 말에 274명이 퇴직했다. 대상은 만 40세 이상이면서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었다.
2017년 말에 일반 희망퇴직을 접수받아 207명이 퇴사한 데 이어 추가로 준정년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이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초 280명에 이어 2018년 초에도 700여 명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NH농협은행은 2017년 11월에 10년 이상 근무한 40세 이상 직원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534명을 떠나보냈고 우리은행도 지난해 1011명이 희망퇴직했다.
정부의 신규 채용 확대 요구에 맞춰 희망퇴직자 수를 늘리고 신입 행원을 더 많이 뽑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장기 근속자의 명예퇴직이 더 많은 청년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대 사이 빅딜’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장기 근속자의 빈자리를 만들어 청년을 신규 채용하는 방식을 은행권에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누적된 인사적체 등으로 항아리형 인력구조는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지만 책임자 비중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책임자 비중은 지난해 3월과 비교해 0.14%포인트~1.4%포인트 가량 떨어지는 데 그쳤다.
희망퇴직 범위를 넓히면서 오히려 행원급 직원들이 퇴직금 등을 목돈으로 쥐고 회사 떠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KEB하나은행이 실시한 준정년 특별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274명 가운데 66명이 일반행원이었다.
또 희망퇴직 규모만큼 신규 채용을 해야 하지만 최근 모바일앱과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영업방식이 활성화되면서 점포를 줄이고 있는 은행이 신입 행원들을 무작정 많이 뽑기도 비용 측면에서 부담스럽다.
청년 취업을 위해 고령 직원이 희생해야 하느냐며 희망퇴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희망퇴직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할 일이지 정부가 참견할 일이 아니다"며 "전체 고용 확대를 고민하지 않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면 제자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