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초 출시를 검토중인 접는(폴더블) 스마트폰에 계열사인 삼성SDI가 휘거나 구부릴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플렉시블 배터리'를 공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SDI가 이를 통해 배터리 기술력 우위를 증명하며 잠재적 고객사 기반을 확대하고 소형 배터리사업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릴 중요한 성장기반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4일 전자전문매체 샘모바일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삼성SDI가 삼성전자의 접는 스마트폰에 적용하기 위한 휘어지는 배터리 양산을 하반기 안에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샘모바일은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접는 스마트폰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준비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며 "접는 올레드패널에 이어 배터리도 곧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이르면 올해 연말 공개하겠다고 밝힌 접는 스마트폰은 자유롭게 접혔다 펴지면서도 휴대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기존 스마트폰과 다른 형태의 부품이 대거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SDI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관련 계열사들은 모두 접는 스마트폰 관련 부품의 개발과 양산을 중요 연구과제로 정하고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와 배터리가 접는 스마트폰 개발의 가장 큰 난제로 꼽힌다. 기술적 특성상 디스플레이는 접었다 펴기 어렵고 배터리는 휘어질 때 손상을 입으면 불이 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접는 스마트폰에 기존과 같은 형태의 배터리를 탑재한다면 일반 스마트폰보다 훨씬 두꺼워질 수밖에 없어 휴대성이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접는 스마트폰 특성상 화면이 넓어 전력 소모량도 그만큼 크기 때문에 용량이 큰 배터리를 적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삼성SDI가 공급할 것으로 알려진 휘어지는 배터리는 이런 문제를 거의 해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형태 변화가 자유롭고 두께도 얇아 폴더블 스마트폰의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공산이 크다.
삼성SDI 관계자는 "고객사와 관련된 문제기 때문에 휘어지는 배터리의 양산 일정이나 개발 현황을 놓고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삼성SDI는 이미 수년 전부터 배터리 관련 전시회에서 구부러진 형태와 얇게 만들어 휘어질 수 있는 배터리를 시제품 형태로 선보였다.
박상진 전 삼성SDI 사장은 2014년 10월 삼성SDI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휘어지는 배터리를 공개하며 "앞으로 3년 안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삼성SDI가 상용화를 약속한 시기가 이미 지난 만큼 충분한 기술력이 갖춰졌을 가능성이 있다.
▲ 삼성SDI가 2014년 선보인 휘어지는 배터리. |
삼성전자뿐 아니라 중국 화웨이와 오포, ZTE 등 수많은 전자업체가 올해 또는 내년에 접는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로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SDI가 처음으로 삼성전자 접는 스마트폰을 통해 휘어지는 배터리의 상용화 사례를 만들어낸다면 전 세계 스마트폰업체의 주문이 집중돼 초반에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맞을 수 있다.
휘어지는 배터리는 스마트폰보다 형태가 다양한 웨어러블기기와 가상현실기기, 사물인터넷 기기 등에 적용하기도 적합하다는 점에서 잠재적 수요 전망도 밝다.
삼성SDI는 2016년 갤럭시노트7에 공급한 배터리 결함으로 발화사고가 발생한 뒤 품질 검증 절차도 대폭 강화했다. 휘어지는 배터리에서 가장 큰 기술적 난제로 꼽히는 안전성 문제도 상용화 전까지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샘모바일은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SDI는 휘어지는 배터리에 마침내 상업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삼성전자 외에 다른 고객사에도 공급할 계획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