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미래에셋대우 회장이 벤처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동향을 파악해 투자 기회를 찾는 것과 동시에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미래에셋대우 회장. |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가 2017년 3월부터 1년여 동안 조성한 벤처투자펀드 규모는 83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미래에셋대우가 직접 자기자본을 투자한 금액은 5105억 원가량이다.
미래에셋대우가 2017년에 순이익 5049억 원을 거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 만큼 벤처투자펀드에 투자한 셈이다.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3월 GS리테일과 손잡고 1천억 규모의 벤처투자펀드를 조성했고 셀트리온과 함께 1500억 원 규모의 벤처투자펀드를 만들었다.
해외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그룹의 행보에 걸맞게 글로벌 벤처투자에도 힘쓰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8년 3월 말 네이버와 손잡고 2천억 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고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이 펀드를 운용하기로 했다.
이 펀드는 중국과, 일본,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전자상거래, 인터넷플랫폼, 헬스케어, 소비재, 유통, 물류 등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이 펀드의 규모를 1조 원대까지 점차 불려나가기로 했다.
또 미래에셋대우는 4월 초 중국 차량공유시장 1위 업체인 디디추싱에 투자하기 위해 2800억 원 규모의 펀드(미래에셋글로벌유니콘사모투자합자회사)도 만들었다. 미래에셋캐피탈이 운용(GP)을 맡기로 하고 미래에셋대우가 2430억 원을 출자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주요 대형 증권사들도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 지정된 뒤 벤처투자펀드를 조성하고 있지만 미래에셋대우가 가장 앞선 모습이다.
박 회장은 2016년 미래에셋대우 통합을 앞두고 “미래에셋대우 출범을 계기로 신성장벤처펀드를 조성해 매년 1조 원씩 10년 동안 10조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대상으로 바이오와 헬스케어, 전기차, 자율주행차 콘텐츠 등 새 성장동력분야의 초기 창업 기업들을 꼽았다.
스스로 내걸은 목표대로 벤처투자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박 회장은 벤처투자를 통해 4차산업혁명에 따른 산업동향 변화를 파악하고 변화의 시기에 글로벌 선도주자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의 벤처투자를 통해 성장한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미래에셋그룹의 고객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벤처투자에 힘쓰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박 회장의 벤처투자 확대전략은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벤처투자 활성화정책과 맞물리면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것과 함께 벤처·코스닥펀드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 회장이 미래에셋대우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 골드만삭스는 매년 수백 개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며 “박 회장이 평소에 강조하는 ‘투자 야성’이 벤처투자에서도 적극 발휘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