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통해 종합 반도체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해가고 있다.
그동안 메모리반도체에 실적을 의존하던 SK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김준호 SK하이닉스시스템IC 대표이사 사장. |
22일 업계에 따르면 8인치 크기의 소형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사용하는 반도체 위탁생산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 등 글로벌 주요 위탁생산업체들은 대부분 12인치 웨이퍼를 활용해 AP(모바일 프로세서)와 그래픽반도체 등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한다.
8인치 웨이퍼는 성능이 비교적 낮은 맞춤형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주로 활용돼 왔기 때문에 그동안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사물인터넷기기와 자동차 전장부품 등 맞춤형 반도체가 필요한 산업분야가 급성장하면서 8인치 위탁생산업체를 찾는 고객사들이 증가하고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다품종 소량 반도체의 수요가 증가하며 8인치 위탁생산업체들이 더 가파른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디스플레이 구동칩과 이미지센서, 컨트롤러 등 반도체가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8인치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지난해부터 시장 성장 가능성이 주목받자 규모를 대폭 키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매출 비중이 2% 미만이던 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를 지난해 7월 별도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로 분리하며 새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 특성상 메모리반도체와 성격이 달라 독립적 경영체제가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최근 중국기업과 위탁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중국에서 투자를 지원받고 새 공장을 지어 고객사를 대거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위탁생산사업에 들이는 투자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SK그룹 차원에서 시스템반도체에 특히 신경을 쏟고 있는 만큼 전폭적 지원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 충북 청주의 SK하이닉스 반도체 위탁생산공장. |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과거 SK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했던
김준호 사장이 SK하이닉스시스템IC 대표이사로 외부협력과 투자계획, 사업전략 수립 등을 총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대부분의 실적을 메모리반도체에 의존해 장기적 성장 전망이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메모리반도체 특성상 업황 변화에 영향을 받는 폭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시장조사기관 360마켓업데이트에 따르면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시장은 최소 2021년까지 연평균 11% 이상의 꾸준한 성장이 예상돼 안정적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경쟁사들을 뒤따라 8인치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점도 그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를 모두 생산할 능력을 갖추면 고객사에 이를 동시에 공급하는 등 사업전략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며 "종합 반도체기업으로 세계시장에서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