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왼쪽부터 네번째)이 18일 부산 부전동 BNK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복합점포 '부울경CIB센터' 개점식에서 기념테이프를 커팅하고 있다. |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BNK투자증권의 자본금 확충을 조만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BNK투자증권을 기반으로 은행에 쏠린 수익구조를 재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지주 이사회는 최근 2500억 원 규모의 상각형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는데 이번 발행금액 가운데 2천억 원을 다른 법인의 증권 취득에 쓰기로 했다.
상각형조건부자본증권은 특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주식으로 보상해 갚아주는 조건을 붙여 발행하는 회사채를 말한다. 보완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자본확충 수단으로 종종 쓰인다.
김 회장은 BNK금융의 BNK투자증권 출자금을 준비하기 위해 이번 증권발행 결정을 이끌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2018년 1분기 안에 출자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는 9월에 취임한 뒤 증자 등으로 BNK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을 최소 5천억 원 이상으로 늘릴 뜻을 거듭 밝혔다.
BNK투자증권은 9월 기준으로 자기자본 2115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자본금 규모를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장외파생상품을 사고파는 증권사 대다수가 자기자본 5천억 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기자본 5천억 원은 중견급과 중소형 증권사를 가르는 기준으로도 종종 쓰인다.
김 회장은 증권사 인수합병에도 중장기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BNK금융의 역할모델로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을 제시했는데 이 은행은 기업 100여 곳을 인수합병해 몸집을 불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은 괜찮은 증권사 매물이 나올 때까지 시장을 지켜보면서 증자를 통해 BNK투자증권의 성장기반을 닦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BNK금융 관계자는 “지주사에서 BNK투자증권에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기나 방법 등이 이사회를 통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아니다”며 “증권사 인수합병도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은행 중심인 BNK금융의 수익구조를 바꾸는 경영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BNK투자증권의 몸집을 불릴 것으로 예상된다.
BNK금융은 1~3분기에 연결기준 지배기업지분 순이익 4863억 원을 냈는데 은행업 비중이 96.8%에 이른다.
은행업의 순이익 비중이 신한금융(60.4%), KB금융(66.7%), 하나금융(94.1%)보다 높고 같은 지방금융지주인 JB금융(81.1%)과 DGB금융(94.1%)도 웃돈다.
그는 9월 취임식에서 “은행과 이자수익 중심인 과거의 모델을 넘어서 비은행과 비이자수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금융그룹의 시너지도 극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취임 후 조직개편에서 은행 중심의 투자금융부문을 기업투자금융(CIB)으로 확대했다. 최근 부산 부전동 BNK투자증권 본사에 은행와 캐피탈을 모은 기업투자금융센터도 개점했다.
부산, 울산, 경상남도 지역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출과 예금 등에서 유상증자, 기업공개(IPO), 회사채인수 등 투자금융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부국증권, 현대증권(현 KB증권),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 등에서 40년 이상 일하면서 증권사의 몸집 불리기에 성공한 경험도 있다.
2003년 현대증권 사장으로 취임해 2007년 물러났는데 같은 기간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2천억 원에서 2조4천억 원으로 2배 정도 증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