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를 피해 중소기업 대출과 중금리 정책금융상품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뒤 나타나고 있는 ‘풍선효과’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방침을 세운 뒤 저축은행도 영업방식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깐깐해진 은행권 대출심사를 넘지 못한 사람들이 저축은행 등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저축은행에도 가계대출과 관련해 잇달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국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 기준으로 20조1864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7년 12월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
시중은행들이 금리인상에 대비해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하고 있는 데다 정부의 8.2부동산대책 이후 금리는 더 높지만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저축은행으로 대출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금융감독원은 자산기준 업계 상위 15개 저축은행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가계대출 증가율을 하반기에 5.4% 수준으로 각각 줄이라고 권고하고 금리가 연 20% 이상인 고위험대출의 충당금 적립율을 높여 저축은행들이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하기 어렵도록 조치했다.
저축은행은 정부의 규제강화에 발맞춰 기존에 가계대출에 치중됐던 사업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생산적금융’을 앞세워 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 등에 자금을 공급도록 격려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전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액은 26조216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0.8%(4조5089억 원) 늘었다.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액도 같은 기간에 25.8%(1조7778억 원) 늘어난 8조6650억 원으로 나타났다.
내년에 법정 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낮아지는 만큼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저신용자의 신용대출을 미리부터 줄여야 한다는 점도 저축은행의 영업방식 변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들은 햇살론 및 사잇돌2대출 등 정책금융상품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서민금융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가계부채 규제에 정책금융상품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주력상품으로 삼고 있는 중금리대출상품과 비교해 수익성이 낮고 역마진 우려도 있지만 가계대출이 사실상 틀어막힌 상황에서 정책금융상품이라도 판매해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저축은행을 둘러싼 영업환경은 녹록치 않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저축은행들이 주요 사업으로 펼치고 있는 중금리대출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데다 저축은행의 광고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저축은행 79곳은 광고비로 4050억3500만 원을 사용했다.
김 의원은 “저축은행의 대출광고는 고금리대출에 쉽게 접근하게 해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요인이 된다”며 “무분별한 광고비 지출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을 막기 위한 추가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신용카드, 캐피털 등의 대출상품 방송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 14건이 발의돼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