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가파른 실적성장과 주가상승이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그룹을 포함한 국내 재벌기업에서 총수일가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구속과 실형선고 등 올해 초부터 이어진 일련의 사태로 재벌기업에 대한 한국사회의 전반적 인식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최한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이전에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절대적 역할을 차지한다는 인식이 컸다”며 “이런 사회적 배경은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실형을 면한 이유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 위원은 이 부회장이 구속기소된 뒤 징역 5년의 실형선고를 받은 것은 ‘삼성공화국’에서도 더 이상 재벌 총수일가가 법적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의 변화를 이끌었다고 파악했다.
최 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사회분위기가 크게 바뀐 점과 삼성그룹이 급성장하는 가운데도 임직원 고용은 줄이는 등 한국경제에 기여하지 못한 점도 이런 인식의 변화에 계기로 작용했다고 바라봤다.
특히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에도 올해 분기마다 역대 최대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주가도 역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점이 재판부에서 이 부회장 양형을 결정하는 데 불리하게 잡을 수 있다고 최 위원은 봤다.
최 위원은 한국 18개 재벌기업을 분석한 결과 총수일가가 법적 처벌을 받을 때 주요 계열사의 주가는 보통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 역시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이 부회장의 구속 여파로 그룹 차원의 전략수립 등을 총괄하던 삼성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점도 대부분의 계열사가 총수일가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돼 긍정적 변화라고 파악했다.
최 위원은 삼성전자가 총수일가의 공백에도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의 실형이 삼성그룹과 한국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기 어려웠다고 바라봤다.
물론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이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거대기업이 큰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은 총수일가가 직접 나서는 것밖에 없다”며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적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연구위원은 재벌개혁이 한국경제에 단기적으로 타격을 주더라도 꼭 필요한 변화가 될 수밖에 없다며 한국사회가 ‘삼성공화국’과 작별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위원은 “삼성에게도 이번에 겪는 고난이 힘들겠지만 결국은 긍정적 변화를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말을 인용하며 당분간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