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7-09-20 16: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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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예금보험공사의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을 기다리지 않고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에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세법개정안에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세부담을 해소하는 방안을 담았다.
▲ 이광구 우리은행장.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우리은행 및 자회사 지분은 새롭게 세워지는 지주로 옮겨지는 데 이 과정에서 지주가 얻는 양도차익에 막대한 규모의 세금이 부과된다.
현행법상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의 절반을 2년 이상 들고 있어야만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다.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 지분 18.4%를 소유하고 있다.
이 행장은 올해 초 이런 점을 감안해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 매각이 마무리된 뒤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는데 예보에서 보유한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시기가 자꾸 늦어지면서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도 점차 뒤로 미뤄져왔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따르면 주식을 넘겨받은 지주사는 양도차익 과세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우리은행의 지주사로 전환한 뒤 예보가 잔여지분을 매각해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번 개정안은 우리은행이 기획재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의 잔여지분 매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우리은행이 지주사를 추진하는 데 부담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도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우리은행의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의무보호예수를 이용해 잔여지분 매각을 늦추려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기획재정부가 세법 개정을 통해 (잔여지분 매각의) 제약요인을 해소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금융당국은 지주사 전환 뒤 예보가 보유한 우리은행 잔여지분을 일정기간 팔지 못하는 의무보호예수 문제의 경우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신청한 뒤 실제로 지주사가 출범하기 전까지 시일이 걸리는 만큼 그 사이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이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면 예보의 잔여지분을 매각하는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는 셈이다.
예보의 잔여지분 매각이 자꾸 미뤄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우리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치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점도 이 행장에게 더욱 지주사 전환에 매진하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행장은 아직 굵직한 비은행 자회사를 확보하지 못한 만큼 우선 자회사인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 우리PE, 우리신용정보 등 7곳을 지주체제로 재편한 뒤 비은행 계열사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 주가가 정부의 공적자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는 수준을 넘은 데 이어 지주사 전환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던 세금문제도 해소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이 행장은 개정안 국회통과를 계기로 지주사 전환에 다시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