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씨티은행이 디지털 자산관리(WM)로 전환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만큼 사업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박 행장이 이룬 경영실적도 좋아 긍정적이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19일 “22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다음 행장을 선임하기 위해 논의하기로 했다”며 “10월27일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행장은 임기가 10월26일 끝난다.
박 행장은 예대마진에서 얻는 이자수익으로는 쟁쟁한 시중은행 가운데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한국씨티은행의 체질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임추위는 이런 전략의 연속성에 무게를 두어 박 행장의 연임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박 행장은 디지털 전환에 발맞춰 비대면채널을 강화하면서 오프라인 영업점을 유지하는 것이 비용낭비라는 판단을 하고 7월부터 한국씨티은행의 126개 점포 가운데 90개를 폐쇄하고 있다. 9월 안에 모든 작업이 마무리된다.
시중은행이 70%가 넘는 점포들을 없애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히는 만큼 박 행장의 과감한 추진력은 주목을 받았다.
임추위는 박 행장의 실험적인 시도들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박 행장이 행장 자리를 이어나가게 할 것으로 보인다. 박 행장이 연임된다면 대대적인 전략에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되면서 한국씨티은행의 체질개선에도 지속적인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씨티은행이 최근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이나 수익구조에도 점차 변화가 생기고 있는 만큼 임추위는 이를 안정화하기 위해서 박 행장을 연임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씨티은행은 상반기 말 전통적인 은행의 수익원인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의 잔액이 지난해 상반기 말보다 5.4% 감소한 한편 신탁자산 잔액은 27.3% 증가했다.
수익구조도 바뀌고 있다. 상반기 한국씨티은행의 이자수익은 5305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0.6% 줄었지만 신탁보수수익, 투자상품 판매수익, 외환파생상품이익 등 비이자수익은 688억 원으로 59.5% 증가했다.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의 변동을 보면 박 행장의 체질변화 작업이 점차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아직 비이자수익의 규모가 이자수익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을 놓고는 과도기 단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 행장이 그동안 한국씨티은행의 실적을 크게 끌어올린 점도 연임의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상반기 순이익 1171억 원을 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 늘어났다.
한국씨티은행은 박 행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4년 상반기에는 순이익 기준으로 384억 원 적자를 냈다. 박 행장은 2014년 10월 취임했는데 2015년 상반기에 바로 871억 원 규모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박 행장이 한국씨티은행의 지분 99.8%를 들고 있는 씨티그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그룹은 박 행장의 경영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 행장이 7월 점포 폐쇄를 둘러싼 노조와 갈등을 일단락 지은 점도 연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임추위는 한국씨티은행이 디지털 전환의 모범사례로 꼽힐 수 있도록 박 행장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